반나절 걸리던 서면, 1시간 만에 '뚝딱'…법조계 덮친 AI

[법률 AI] ①개업 변호사 70~80% 이용…검찰·법원도 도입
신입 채용 유인 줄어…변호사업계 인력 구조 변화 진행

편집자주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되면서 법조계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 수준의 답변을 비롯해 간단한 신청서에서부터 복잡한 서면까지 제공된다. 변호사업계뿐만 아니라 법원·검찰에서도 법률 AI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AI가 내놓은 허위 판례가 법원에 제출되는 등 기존에 없던 문제도 생겨났다. 법률 AI로 인한 법조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효과적인 법률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방안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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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수연 한수현 문혜원 기자

19:38:11 [피고소인의 난폭 진입] : 양보를 받아 고소인 차량 앞으로 나선 피고소인은, 고소인 차량 앞 공간으로 급격하게 진로를 변경(칼치기)하여 들어왔습니다.피고소인은 합류 구간에서 후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속하여 진입하는 차량을 막고 고소인의 차량을 측면에서 밀어붙여 위협하였습니다.

서초동의 A 변호사가 구글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에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맡기자, 초 단위로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제미나이는 칼치기가 발생한 시점과 차량 번호, 도로교통표지판 등을 토대로 사건 발생 위치까지 특정했다.

이를 토대로 법률 AI '엘박스'는 적용 법조와 판례를 덧붙여 16장 분량의 고소장 초안을 작성했다. 변호사의 검토 시간까지 포함해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됐다.

A 변호사는 "예전 같았으면 글을 쓰고 관련 법령을 찾고 초안을 다듬는 데 반나절 이상이 걸렸는데 시간이 크게 줄었다"며 "AI가 어쏘 변호사(Associate Lawyer) 역할을 하고, 이용자가 로펌 대표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엘박스와 슈퍼로이어 등 리걸테크 서비스 활용이 확산하면서 법조인들의 업무수행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개업 변호사의 70~80%가 엘박스의 회원이며,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로이어는 출시 22개월 만에 3만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를 고려하면 상당수 변호사가 법률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법원 역시 AI 도입에 나선 상태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8월 엘박스와 정식 계약을 맺고 이를 활용하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2월부터 재판 지원 AI 시스템을 시범 가동했다.

법률 AI는 판례·법령 검색과 분석, 서면 초안 작성·요약 등 문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한 부티크 로펌 소속 B 변호사는 "단순 작업에 투입되는 시간이 줄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 어쏘 변호사 중에서는 개업 시기를 더 낮은 연차로 고민하는 분위기다. 중소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현재 로펌에 입사할 때는 2~3년 정도 더 근무하다 개업할 생각이었으나 법률 AI를 쓰다 보니 이를 활용한다면 업무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며 "올해 안으로 개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 어쏘 변호사들이 맡던 리서치나 초안 작성 업무에 AI가 활용되면서 법조계에서는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신중하게 검토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신입 변호사들 사이에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로펌을 이끄는 대표변호사들도 신입 변호사를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보다 법률 AI 구독을 늘리는 방안을 먼저 고려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법률 AI 구독 비용이나 자체 AI 개발 비용에 더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신입 변호사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비용과 비교한다면 AI에 들이는 비용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B 변호사는 "대형 로펌은 변호사를 계속 채용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로펌들은 채용을 많이 줄인 것이 느껴진다"며 "대표 변호사들 사이에서 어쏘 변호사나 AI가 수행하는 업무에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인식도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열린 변호사 배출 수 감축을 위한 집회에서 청년 변호사들의 취업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혁주 변호사는 "1~2년차 청년 변호사들이 개업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과거의 개업은 실력을 쌓은 변호사들의 선택이었지만, 지금의 개업은 갈 곳을 잃은 청년들의 내몰림"이라고 지적했다.

AI가 법조계에 미치는 영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1월 열린 2026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에서 윌리엄 비치 전 미국 노동통계국장은 "법조계로 진로를 정하면 안 된다"며 "로펌들은 더 이상 로스쿨 졸업생을 신규로 채용하지 않고, AI에 리서치시키면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이 법률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인력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AI위원회 법제도분과위원장을 지낸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한국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AI의 성능이 급격히 좋아졌다"며 "이제는 숙련된 변호사 한 명이 AI를 활용하면 기존 어쏘 변호사 3~4명이 하던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로펌 입장에서 새로 채용할 유인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신 AI는 이미 법률 문서 분석, 기록 요약, 쟁점 정리, 반박 논리 구성, 판례 탐색의 보조자가 됐다"며 "신입 변호사에게 단순 문서 정리만 시킬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해 더 높은 수준의 법률 판단과 전략 수립을 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shush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