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국민 피해 우려…법조계 "변호사비 댈 수 있는 사람만 유리"

대법관 증원, 업무 공간·인력 등 현실 문제 고려 필요
조희대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져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2018.6.17 ⓒ 뉴스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한수현 남해인 문혜원 송송이 기자 =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고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이 범여권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12일 법조계에서는 우려가 팽배했다.

특히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이른바 '4심제' 형태가 되면서 소송 지연, 비용 증가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법사위는 전날(11일)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현재 14명인 대법관 정원을 법안 공포 2년 후부터 단계적으로 4명씩 3년에 걸쳐 12명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당초 민주당은 4명씩 4년, 총 16명을 증원해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려고 했지만,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최종 26명으로 조정됐다.

또 헌법재판소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원이 확정한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확정판결로부터 30일 내 청구해야 하며 헌재 결정 시까지 재판 효력은 정지된다. 헌재는 문제가 된 재판을 취소할 수 있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헌법소원 청구가 가능한 경우는 △헌재 결정에 반한다는 취지 △적법 절차 없이 재판이 진행되는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법률을 위반해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등이다. 위 청구 사항에 해당하지 않거나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 동의가 있으면 청구는 각하된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2회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추미애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2.11 ⓒ 뉴스1 이승배 기자

법원 내부에서는 이 같은 사법개혁안들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범여권 주도로 졸속 처리됐다는 비판과 함께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국민이 당사자가 되는 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충분한 숙의나 토론도 없이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무런 고려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 법왜곡죄 모두 전체적인 법관 운영이나 재판 업무에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잘 짜여왔던 사법 시스템을 바꾸는 것인데 보완 장치 등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소송 당사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행정처 소속 A 판사는 "재판소원의 경우 공청회를 하거나 충분히 논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사 일정이 갑자기 잡혔다"며 "심도 있게 논의하거나 다른 의원들이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헌법 규정 등에 대한 고려도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너무 이용당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여성이 청사 전경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16.12.18 ⓒ 뉴스1 오대일 기자

재판소원 제도가 도입되면 대법원 위에 헌재가 있는 형태로 사실상 4심제가 되면서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데 시간과 비용 소모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재판소원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의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민주당에서 처리한 재판소원법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재판소원을 내려고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며 "대법원이 최고 법원이 아니라 헌재가 최고 법원이 되는 것인데, 과연 법률로만 처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판사 출신 B 변호사는 "법원 결정이 일종의 행정청 처분처럼 다툴 수 있게 되면서 어떤 재판이 확정되기까지, 어떤 권리 구제나 집행에 있어서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며 "변호사 입장에서는 한 번 더 다툴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 출신 C 변호사는 "3심제까지 일반 시민이 변호사 비용을 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계속 비용을 쓰고 하염없이 길어지는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데, 변호사비 댈 돈이 있는 사람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헌재 출신 변호사만 좋을 것, 아마 떼돈 벌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C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강한 사건을 위주로 심리가 이뤄질 듯하다"고 내다봤다.

판사 출신 D 변호사도 "소송이라는 것이 무조건 상대방이 있어 진 사람은 계속 소송하고 싶어 할 텐데 그럴 경우 사회적 역량이 낭비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A 판사 역시 "재판소원이 되면 권리확정을 미루고자 하는, 특히 돈 있는 사람들이 계속 끌고 가고자 한다면 상대가 괴로울 것인데 그게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과 노태악 대법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2026.1.22 ⓒ 뉴스1 오대일 기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코드 인사에 대한 우려, 근무 환경 및 처우 개선 등 현실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는 "하급 법원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법관이 늘어나면 지금처럼 심리불속행 기각을 많이 할 순 없어서 대법원 판결이 자세해질 수 있어 그에 맞춰 하급심 판결도 자세해지는 경향이 나타날 순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B 변호사는 "대법원 사건이 사실 과중하고 많다 보니, 대법관 인원을 늘리면 사건 처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D 변호사는 "대법관 증원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데, 근본적으로는 대법원 사건 자체를 줄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A 판사는 "대법관은 보조 인력이 훨씬 많아야 해서 1명 늘릴 때마다 직원 몇 명을 같이 뽑아야 한다"며 "그렇게 늘리려면 청사 공사를 해야 하는 등 실무적인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로 대법원 구성원을 채우겠다는 정치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에 대해 "그 결과가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헌법과 국가 질서에 큰 축을 이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공론화를 통해 충분한 숙의 끝에 이뤄지길 이야기하고 있다"며 "최종 종결된 건 아니기 때문에 그사이에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가 앞서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추진한 3대 사법개혁안은 모두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게 됐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