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 9명 감정서 공개하라"
"수사기록 일부 공개 판결…국가 상대 손배소 영향 주목
"형사사건 사실관계 파악·진행 중인 민사 증거 검토 차원"
-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 기록 중 일부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천 화백의 유족이 검찰 수사를 문제 삼으며 제기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인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 이용우 부장판사는 천 화백 차녀인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미인도 위작 사건 수사 당시 9명의 감정인이 낸 감정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보 중 감정인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 부분은 사생활 비밀·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지만 그 외의 정보는 정보공개 거부 사유 중 어디에도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김 교수가 정보 공개를 구하는 것은 형사사건에서 감정이 어떻게 진행돼 대부분에게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는지에 관해 이제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사 사건의 증거로 제출할 것인지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정보 공개를 구하는 원고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천 화백의 '미인도'라고 공개한 작품에 생전 천 화백이 "자신이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반발하면서 불거졌다.
위작 논란은 2015년 천 화백 별세 이후 재조명됐고 유족 측은 이듬해 국립현대미술관 전·현직 관계자 6명이 천 화백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고소했다.
이후 검찰이 2016년 12월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를 내놓자 유족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검사의 성실·객관 의무 위반 부실 수사 등을 문제 삼아 2019년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사 소송 1심은 지난 2023년 유족 측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유족 측은 2심에서 재판부에 검찰이 감정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정서에 대한 문서 송부 촉탁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문서 공개로 인해 사건 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를 거부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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