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텔 계단 사망사건' 가해자 징역 5년 확정

끌려간 모텔서 도망치다 넘어져 사망…강간치사 등 혐의
1심 징역 10년→2심 형량 절반으로 줄어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술에 취한 여성을 강제로 모텔로 끌고 가려다 계단에서 넘어져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3일 강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A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강간치사죄, 감금치사죄, 준강제추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울산에서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A씨는 50대 여성 손님 B씨와 술을 마신 뒤 취한 B씨를 택시에 태우고 모텔로 이동하면서 성추행했다.

이후 A씨는 택시에서 내린 뒤 모텔로 들어가지 않으려는 B씨를 강제로 붙잡고 현관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B씨는 A씨가 모텔비를 계산하는 사이 도망가려다 계단에서 굴러 넘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쳤다. A씨는 의식을 잃은 B씨를 재차 성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늦게 병원에 옮겨진 B씨는 뇌사상태에 빠졌고 치료를 받다가 약 한 달 뒤 숨졌다. A씨는 준강제추행 혐의와 함께 강간치사, 감금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합의 하의 성관계를 주장하면서 강간·감금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술에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도 폈다.

1심은 A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A씨가 B씨를 모텔에 감금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이 인정되고, A씨가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의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모텔 입구에서부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는데도 A씨가 힘으로 피해자를 모텔로 끌고 갈 무렵에는 감금·강간하겠다는 범의가 생긴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강간죄는 사람을 강간하기 위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개시한 때에 실행의 착수가 있다"며 "실제 간음 행위가 시작돼야만 실행의 착수가 있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B씨는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기 전 A씨를 피해 모텔 밖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강제로 붙잡혀 온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올 경우 다시 도망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가 중심을 잃고 계단으로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A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2심도 A씨 혐의를 유죄로 봤지만 형량은 징역 10년에서 징역 5년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한 결과가 A씨 폭행행위 자체에 의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A씨로부터 도망치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뒤 굴러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씨는 2심에서 피해자 유족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지급한 뒤 이들과 합의했다"며 "유족들이 더 이상 A씨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