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살 공무원' 사건, 'NLL 대화록' 공방 판박이…검찰 직접수사 전망

검찰, 유족 측 고발로 1차 검토…경찰·공수처 이첩 가능성도
기록물 확보 난관 불가피…정치공방 속 수사 장기화 예상

북한군 피격으로 서해상에서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진씨의 부인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진상 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 반환 및 청와대 정보공개 승소판결에 관한 입장 표명을 하던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2022.1.1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심언기 김도엽 기자 = '서해 북한 피격 공무원' 유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22일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검찰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공직자범죄 혐의인만큼 검찰의 직접수사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죄목에 따라선 경찰과 투트랙 수사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전 정권 관련 대통령기록물 열람이 사건 해결의 핵심인 이 사건은 2008년 대통령기록물 유출 사건에 이은 2012년 'NLL 대화록' 공방과 여러 모로 모양새가 판박이다. 검찰 수사과정에 여러 난관이 예상되고, 그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려 장기간 정치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노무현정권 시절인 2007년 4월 제정돼 같은해 7월28일부터 시행됐다. 대통령기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해 이후 정부에서 집무에 활용하거나 사초(史草)와 같이 역사적 기록을 남긴다는 긍정적 취지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며 재임시절 기록을 복사해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퇴임 이듬해인 2008년 이명박정부와 여당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라며 공세를 폈고, 노 전 대통령이 사본을 자진 반납하며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대통령기록물 공방은 2012년 재차 불거졌다. 18대 대선 국면에서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여당 주도 하에 대화록 발췌본을 단독 열람했고, 공세가 이어지자 야당(민주당)이 대화록 원본 공개에 합의했다.

여야가 대화록 원본 공개를 의결했지만 국가기록원에 원본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번엔 '사초 폐기' 논란으로 번졌다. 이후 새누리당 고발로 검찰이 국가기록원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벌였고,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이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은 9년여를 끌어온 끝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단이 나왔다. 1·2심은 '대화록 삭제'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들은 이에 불복해 재상고했다. 2007년 대화록 작성 후 15년, 2013년 기소 후 9년을 끌어온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대통령기록물 공개·수사를 둘러싼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서해 피격 공무원 사건 수사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사 주체가 어디냐를 비롯해 대통령기록물 열람 관련 까다로운 절차, 수사결과에 따른 정치적 공방이 예상된다.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와 유족 측 변호인은 22일 서울중앙지검에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김정호 전 민정수석비서관,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을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사건은 고발장이 접수된 검찰에서 직접수사를 벌일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범죄 대상자 및 혐의에 따라선 경찰이나 공수처에 이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직자범죄의 경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고발장에 적시된 공무집행방해죄의 경우 검찰 직접수사 대상인 공직자범죄 규정 범죄 항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검찰이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는 경찰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막 접수된 상태여서 관련 혐의에 대해 검토가 우선"이라며 "법리를 검토한 후 사건배당과 처리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전직 고위공무원들의 직권남용 혐의 역시 공수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관련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뒤 직권남용 혐의 등 공수처 수사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 이후에 이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러나 검찰이 검사 대상이 아닌 이번 사건에 대해선 공수처에 굳이 넘길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실제 발동된 사례가 없어 이첩요구권 행사에 신중할 것이란 관측이다.

공수처 측은 "공수처법에 이첩요구권이 있지만 이첩시기, 사건 진행단계에 따른 대검 자체 예규도 있다"며 "인지통보를 받아야 공수처에서 이첩요구권을 발동할 수 있는데 인지통보가 없거나 범죄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는 때에는 이첩요청권을 함부로 발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검찰에 달린 것"이라며 "어느 단계까지 수사를 진행했는데 고위공직자의 범죄에 해당하는 혐의를 발견했다 하면 직권남용 등은 공수처에 넘기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 어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향후 넘어야 할 난관이 수두룩하다. 혐의 의율에 대한 가닥을 잡기 위해선 자료 확보가 무엇보다 선행돼야 하는데 대통령기록물 확보 단계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지정기록물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 의결 또는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시에만 공개할 수 있다. 국회 다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 협조가 없으면 고등법원의 판단에 기대야 하는데, 정치적 공방이 거세 공개 결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록물 대신 국방부 SI(군 특수취급정보) 자료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가안보 위해 및 한미동맹 훼손 우려 등이 제기돼 쉽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eonk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