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CJ그룹 정·관계 로비 전방위 수사 조짐

국세청·前 정권 인사 등 조준…'게이트' 확대 전망도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일 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서 차량에 올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 News1 한재호 기자

CJ그룹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의 칼날이 정·관계 인사를 겨냥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CJ그룹은 각종 세무조사와 수사 무마를 위해 국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으로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은 상태여서 검찰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에서는 CJ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게이트'급으로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지난 2006년 CJ그룹의 세무조사를 무마해 준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59)을 최근 출국금지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27일 CJ측에서 미화 30만달러, 명품시계 등을 수수한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59)을 구속했다.

검찰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2006년 CJ그룹 지주사인 CJ(주)를 세무조사하면서 이재현 회장(53·구속)이 주식거래 과정에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3560억원대 세금을 추징되지 않은데 전 전 청장 등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허 전 차장으로부터 "CJ에서 받은 금품은 전군표 국세청장의 취임 선물이었고 미화 30만달러와 명품시계 1점을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전 전 청장을 조만간 불러 허 전 차장의 진술내용의 신빙성을 따져볼 예정이다. 또 당시 세금 추징이 무마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허 전 차장이 전 전 청장에게 돈을 주지 않고 개인적으로 빼돌린 '배달사고'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CJ그룹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CJ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은 지난 18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회장 등이 국내비자금 3600여억원, 해외비자금 2600여억원 등 총 620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차명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2006년 이 회장의 수상한 주식거래를 포착했지만 3560억원의 조세포탈액을 추징하지 않은데 이어 2008년에도 CJ그룹이 탈루액을 자진납부하자 검찰 고발없이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특히 2008년 재무팀장 이모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을 운영하던 중 살인을 청부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CJ그룹 비자금의 일부가 드러났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발견하고 국세청에 이를 통보했지만 국세청은 CJ그룹이 1700여억원을 자진납부하자 검찰 고발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 관련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CJ그룹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60) 등 국세청 고위간부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9년 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천신일 세무나모여행 회장(70)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 회장도 역시 3차례 소환조사했지만 사법처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설명을 내놨다.

이밖에 이 회장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 A씨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과 A씨가 지속적으로 돈거래를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2009~2010년 케이블TV 사업자였던 '온미디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승인을 받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ys2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