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절반 넘게 '신탁'인데 압구정은 '0'…재건축 대어 엇갈린 선택

목동 14개 단지 중 8곳 신탁 추진…압구정 6개 구역 모두 조합
전문성·자금관리 강점…신탁보수 등 유불리 따져야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서 사업 시행 방식을 놓고 선택이 엇갈리고 있다. 목동 재건축 14개 단지 중 절반이 넘는 8곳이 신탁방식을 택한 반면, 강남 한강변 재건축 대어인 압구정 6개 구역은 모두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사업성, 주민 의견, 자체 사업 추진 역량 등을 고려해 사업장별 유불리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탁방식, 초기 추진력·자금관리 강점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 재건축 14개 단지 중 8곳은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반면 압구정 재건축 6개 구역 중 신탁방식을 택한 곳은 없다.

신탁방식은 부동산신탁사가 토지 등 소유자를 대신해 사업 시행 또는 관리 업무를 맡는 방식이다. 신탁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인허가, 자금 조달·관리, 시공사 선정, 공사 관리, 분양 등 정비사업 전반을 관리한다.

전문 조직을 갖춘 신탁사가 복잡한 정비사업 절차를 맡아 정비사업 경험이 부족한 주민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사업 초기 추진 동력이 부족하거나 주민 간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추진 주체가 난립하거나 주민 갈등으로 지체된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신탁사들이 추진위원회 단계인 사업장에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펼친다"며 "사업 초기부터 신탁사와 함께 진행하면 빠르게 사업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자금 관리의 투명성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탁사가 자금 관리 권한을 맡는 만큼 조합 집행부에 권한이 집중되는 데 따른 우려를 줄일 수 있다. 과거 일부 정비사업에서 발생했던 자금 횡령·유용 등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신탁방식의 취지는 비전문가인 조합을 대신해 전문성을 갖고 사업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라며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이 발생했을 때도 조합방식과 비교해 빠르게 중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자료사진) ⓒ 뉴스1 신웅수 기자
속도·비용 효과는 사업장별 차이 뚜렷

정비업계에서는 신탁방식이 모든 사업장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우선 신탁사에 지급하는 보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신탁사들은 사업 관리와 공사비 검증 등을 통해 전체 사업비를 절감하면 신탁보수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탁업계는 최근 경쟁 심화로 보수율이 낮아지는 추세인 데다 사업 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효과까지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자체 사업 추진 역량을 갖춘 사업장에서는 신탁보수를 추가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과거 건설사에서 정비사업을 경험했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지원한다"며 "조합원이 금전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신탁사에 업무를 맡기겠느냐"고 반박했다.

사업 속도 역시 시행 방식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 토지 등 소유자나 조합원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구역에서는 신탁방식의 전문적인 사업 관리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업 지연을 줄이면 그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사업 추진 동력이 충분한 곳에서는 조합방식으로도 속도를 낼 수 있다. 실제 목동에서 사업이 가장 앞선 6단지는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단지는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다.

목동에서는 신탁방식 사업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6단지에 이어 시공사 선정 작업에 돌입한 10단지는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같은 목동에서도 서로 다른 시행 방식을 택한 단지들이 나란히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시행 방식 자체보다 개별 사업장의 여건과 추진 역량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내 일부 정비사업장에서는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입지와 사업 여건을 갖춘 단지들이 조합과 신탁방식으로 동시에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며 "목동은 두 방식의 장단점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표 지역"이라고 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