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통제 벗어난 '마법 빗자루'…구청장 권한 이양의 역설

한성숙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주택공급 관련 서울 구청장 간담회에 앞서 구청장들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2026.8.21 ⓒ 뉴스1 구윤성 기자
한성숙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주택공급 관련 서울 구청장 간담회에 앞서 구청장들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자료사진) 2026.8.21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1940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에는 견습 마법사 미키마우스가 일을 빨리 끝내려고 빗자루에 마법을 거는 장면이 나온다.

물을 길어오던 빗자루는 곧 통제를 벗어난다. 미키가 빗자루를 부수자 잘린 조각들이 수백 개로 늘어나 집 안은 더 큰 물바다가 된다.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권한을 맡겼다가 오히려 혼란을 키운 셈이다.

최근 당정이 추진하는 서울 자치구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 확대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500가구 이하 재건축·재개발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서울시에서 자치구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 절차를 줄여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의도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권한 이양이 반드시 속도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선 선출직인 구청장의 도시개발 철학에 따라 사업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구청장이 바뀔 때마다 사업의 연속성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방선거 이후 구청장이 교체되면서 사업이 잠정 보류됐다. 전임 구청장이 퇴임 직전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했지만 새 구청장은 취임 후 인가 취소를 요구했다.

서대문구 유진상가·인왕시장 일대 사업도 구청장 교체 이후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 사업 역시 전임 구청장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됐다.

결국 같은 규모의 사업이라도 구청장이 누구냐에 따라 사업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넘어가면 난개발 우려도 있다. 정비사업은 개별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로와 교통, 학교, 공원 등 기반시설과 맞물려 있어 서울 전체 도시계획의 틀에서 봐야 한다.

미키의 빗자루가 많아진다고 일이 빨라지지 않았듯, 권한을 여러 곳으로 나눈다고 정비사업이 반드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허가권을 누가 갖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판단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조율하느냐다. 자치구별 판단이 서울 도시계획의 큰 그림과 엇박자를 내지 않도록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

주택 공급을 서두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는 빠른 결정만큼 일관된 지휘도 중요하다. 공급을 재촉하다 '마법의 빗자루'부터 늘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