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유찰 반복에 사업 지연…재입찰 줄여 공급 속도낸다

정부, 현장설명회 이후 재입찰 마감 기간 단축…12월 기준 개정
서울 25곳 중 22곳 수의계약…선별수주에 경쟁 실종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최근 서울에서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수주전에서 유찰이 잇따르자 정부가 재입찰 절차 간소화에 나섰다. 시공사 선정을 앞당기고 주택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 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한 곳만 응찰해 유찰된 사업장의 재입찰 절차를 간소화한다.

유찰 뒤 또 20일 기다려야…재입찰 기간 단

통상 조합은 시공사 입찰이 한 차례 유찰되면 재공고를 내고 현장 설명회를 다시 거쳐 재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 선정이 수개월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현행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입찰 공고는 현장 설명회 개최 7일 전까지 해야 한다. 현장 설명회 이후 입찰 마감까지는 최소 20일의 기간을 둬야 한다.

정부는 이 가운데 재입찰 과정에서 현장 설명회 이후 입찰 마감까지 필요한 20일의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단축 기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2차 현장 설명회 이후 20일 뒤에 마감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을 줄이려고 한다"며 "추후 고시를 통해 정확한 기간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대 건설사 입찰' 25곳 중 22곳 '수의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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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건설사의 선별수주 기조 속에 단독 입찰에 따른 유찰과 이후 수의계약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시공사 선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은 경쟁입찰이 원칙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한 곳뿐이면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되고 재입찰 절차를 밟는다. 두 차례 유찰된 이후에는 조합이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해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의계약은 서울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대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한 서울 정비사업 25건 가운데 22건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경쟁입찰이 이뤄진 사업장은 3곳뿐으로 △압구정5구역 재건축(현대건설)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삼성물산)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재개발(롯데건설)이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를 강화하면서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전에서 떨어지면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입찰 과정에서 투입되는 홍보·마케팅·인력 비용도 상당해 무리한 경쟁에 나서지 않아 유찰이 잇따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12월 기준 개정…사업 속도 빨라져도 분담금 갈등 변수

재입찰 절차 간소화는 올해 12월 계약업무 처리기준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공사 재입찰에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정비사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내다본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실무적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최근 공사비 부담으로 응찰 건설사가 줄고 유찰이 반복되면서 그 과정에서 수개월씩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75%→70%) △시공사 입찰보증금의 보증서 납부 허용 △착공 이후 특정 자재의 물가변동 예외 허용을 표준계약서에 명시하는 방안 등도 추진한다.

다만 이 같은 정비사업 지원책에도 공사비와 추가 분담금 등을 둘러싼 갈등은 사업 지연 변수로 남아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정비사업 지연의 상당 부분이 주민 갈등과 행정절차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 초기 단계의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동의율을 낮추는 것만으로 이해관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기에 이후 관리처분과 분담금 단계에서 갈등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