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전세, 집주인은 월세…李정부 '안심신탁' 연내 재추진
HUG 산하 공적기구가 전세금 관리…미반환 위험 사전 차단
의무 대상·신탁 비율이 성패 가른 듯…하반기 세부안 공개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공적기구가 직접 관리하는 '안심신탁사업'을 추진한다. 임대인이 파산하거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위험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해 사후 보증 중심의 현행 체계를 사전 관리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심신탁사업은 지난 14일 발표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담긴 부동산 시장 개편 과제다. 정부는 하반기 중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23일 정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안심신탁사업은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 공적기구인 전월세안정화기구가 예치·관리하는 제도다. 세입자는 공적기구와 전세 계약을, 임대인은 같은 기구와 월세 계약을 맺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직접 받는 대신 공적기구가 자금을 운용해 거둔 수익을 매달 지급받는다. 정부는 임대인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보증금 미반환 사고와 전세사기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계약 구조의 이원화다. 하나의 주택을 두고 세입자는 전월세안정화기구와 전세 계약을, 집주인은 같은 기구와 월세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세입자는 기존처럼 전세로 거주하되 보증금은 공적기구에 맡기고, 계약이 끝나면 해당 기구로부터 돌려받는다. 집주인은 사실상 공적기구에 집을 월세로 내주는 형태가 돼 매달 임대수익을 받는다. 공적기구가 전세 수요와 월세 공급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공적기구가 예치된 보증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임대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임대인이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부담 없이 일정한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월세로 이동했던 매물이 다시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가장 큰 차이는 사고 발생 전 보증금을 직접 관리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HUG가 세입자에게 먼저 대위변제한 뒤 임대인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한다.
반면 안심신탁은 보증금 자체를 공적기구가 맡고 있어 별도의 대위변제 절차 없이 계약 종료 시 세입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사고 발생 후 보상하는 사후 보증에서,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사전 관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안심신탁사업은 처음 제시된 개념은 아니다. 정부는 올해 2월부터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 가운데 전세금이 반환보증 가입 기준인 전세가율 90%를 넘는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해당 전세금을 HUG에 맡기는 '전세금 신탁 제도'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시행이 미뤄졌다.
국토부는 기존 방식을 등록임대사업자 등 일부에만 적용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일반 임대인까지 대상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명칭과 적용 범위도 바꿔 연내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관련 법률 제정 전 단계인 만큼 의무 신탁 대상과 신탁 비율 등 핵심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상과 비율에 따라 임대인의 참여와 시장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 공개될 세부안이 제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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