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콘크리트에 갇힌 대한민국

 이동희 건설부동산부 차장.ⓒ 뉴스1
이동희 건설부동산부 차장.ⓒ 뉴스1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현재 제일 심각한 것이 부동산 투기고 이로 인해 경제구조가 통째로 왜곡됐다. (중략) 부동산 투기공화국을 탈피하는 것이 이 나라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언급 내용 중 일부다.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머니무브'(Money Move) 배경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파트 벽돌 속에 돈이 묻히는 나라는 고이지만, 그 돈이 기업의 혁신으로 흘러 들어가는 나라는 살아남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궁금증이 하나 생긴다. 왜 주식이 오르는 것과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까.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흔히 '시장 호황'으로 묶어 말하지만,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는 '투자재'와 '필수재'라는 본질에 있다. 주식은 사지 않아도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선택의 영역이다. 하지만 집은 누구나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생존의 필수재다. 주가가 오르면 주주들이 성장의 과실을 나누지만, 집값 상승은 무주택자의 주거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집값 상승이 누군가에게는 자산 증식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위협이 되는 이유다.

진입장벽이 만든 소외감도 다르다. 주식 시장은 소액으로도 일류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열린 사다리다. 반면 부동산은 거대한 성벽과도 같다. 종잣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집값 상승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열차다.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대조적이라는 점은 한국은행의 보고서에서 잘 나타난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가가 오를 때 가계가 지갑을 여는 '자산효과'는 선진국의 절반 이하에 불과했다.

한은은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내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결정적 원인은 기형적인 부동산 쏠림에 있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무주택 가계는 주식으로 번 돈의 70%를 부동산 매입을 위한 대기 자금으로 옮기는 것으로 추정했다. 주식시장이 미래 산업의 투자처가 아니라, 아파트 평수를 넓히기 위한 복덕방 징검다리로 소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집값 상승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더 고질적이다.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비금융자산에 묶여 있는 상황에서, 집값 호가의 상승은 착시일 뿐이다. 오히려 집을 사기 위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원리금 상환(DSR)에 저당 잡힌 가계는 소비를 극도로 위축시킨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가 깊어질수록 국가 전체의 생산적 자본은 고갈되고 가계는 채무의 늪에 빠지는 역설이 반복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머니무브가 성공하려면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규제만큼이나, 증시를 부동산 이상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은 한국 경제의 성장을 증명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은 격차 사회의 도래를 증명할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콘크리트의 호가가 아니라 기업의 활력이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