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이어지는 세제개편…"매물 잠김으로 효과 반감 우려"

보유·거래세 등 조세 개편 언급…"차근차근 준비 중"
"재고주택 시장도 풀어야…공급대책 효과 반감될 것"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에 양도세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6만 가구 규모의 도심 주택 공급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개편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수요 관리에 나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세제 부담이 커질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돼 공급 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관가에 따르면 강기룡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9일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 브리핑에서 "보유세와 거래세를 포함한 합리적인 조세 개편 방안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세제 개편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세제 문제를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7월 발표 예정인 세제개편안을 통해 부동산 관련 조세 방향성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택 공급 대책과 맞물려 세제 개편이 병행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시장에서는 양도소득세 중과 여부가 주요 변수로 거론돼 왔지만, 이번 발언에서는 보유세까지 함께 언급되면서 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다. 다만 세율 인상보다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방식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시행령 개정만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이 비율은 80%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 바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현실화율 90% 목표를 추진했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현재 현실화율은 약 69% 수준으로 낮아졌다.

종합부동산세 개편 가능성도 시장 관심사다.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를 대상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세율 인상 없이도 세 부담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1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축소 역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다.

"팔기도 사기도 어려운 시장"…세제 개편 시 '매물잠김' 가속화

시장에서는 세제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급 확대를 통해 집값 불안 심리를 완화하려는 정책 효과가 세제 부담 증가로 재고주택 시장 위축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매물 출회 여건도 녹록지 않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 자체가 제한적이다. 세입자가 거주 중인 주택은 보상과 퇴거 절차를 거쳐야 매도가 가능하고, 임대차 계약 종료까지 4개월 이상 남은 경우 매도 자체가 사실상 어렵다.

수요 측면 제약도 크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됐고,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최대 4억 원, 25억 원 초과 아파트는 2억 원까지만 대출이 허용된다. 매물이 시장에 나오더라도 이를 받아줄 실수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 전문위원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만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신규 공급뿐 아니라 재고주택 시장에서 매물이 원활히 나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수요를 대기 수요와 거래 수요로 나눠 흡수해야 하는데, 세제 규제가 더해지면 집값 과열 가능성이 있다"며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매물 잠김이 심화돼 공급 대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