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 부담에 주민 반발까지…'노른자 땅' 서리풀지구 개발 난항

"수용 중단" 주민·종교계 동시 반발…2만 가구 공급계획 흔들
서리풀 난항 시 그린벨트 해제도 부담…정부 고민 깊어져

서울 서초구 원지동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공공주택 개발 사업이 토지보상 문제와 주민·종교계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히며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사업 속도전에 나섰지만, 거센 현장 반대와 막대한 보상비 부담이 발목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리풀1·2지구에 총 2만 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보상 소요기간을 최대 1년 이상 단축하는 방안까지 내놓으며 조기 가시화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업 대상지 주민들의 반대는 예상보다 강하다. 서리풀1지구 주민과 토지 소유주 50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서리풀1지구 총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들은 수십 년간 침해받아온 재산권에 대한 근본적 보상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의 속도전에 강하게 반발했다.

서리풀2지구에서는 갈등이 이미 표면화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24일 열 예정이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는 현장에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며 결국 무산됐다. 사업 절차의 첫 관문부터 흔들린 셈이다.

종교계의 반대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서리풀2지구에는 우면동 성당이 포함돼 있는데, 이를 계기로 서초12지구 내 11개 성당이 연대해 반대에 나섰다. 일반 주민 반대보다 설득 과정이 길고 복잡한 종교시설 이전 문제가 불거지며 장기 지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대문구 홍제3구역 재개발에서도 성당 측 점유 문제로 철거가 지연되고 소송으로 비화한 바 있다.

막대한 보상도 걸림돌…'재무 악화' LH 감당 가능할까

막대한 보상비 부담도 핵심 걸림돌이다. LH는 이미 보상비 증가로 재무 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지난해 광명시흥지구 보상 절차도 상당 기간 지연됐다. 강남권에 위치한 서리풀지구의 보상비는 광명시흥지구보다 훨씬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크며, LH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리풀지구 개발은 서울 남서권의 핵심 공급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 사업이지만, 주민·종교계 반발과 재정 부담이 겹치면서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가 주택 추가 공급 방안의 하나로 그린벨트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서리풀 사업이 표류할 경우 그린벨트 해제 카드 역시 정치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만 사업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서리풀지구의 진행 방식이 향후 다른 그린벨트 개발 사업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