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개명 '원스톱 서비스' 추진…주52시간·대형마트 규제 열린 논의"
[뉴스1 초대석] '삼성 저격수'에서 '규제 해결사'로…"도그마 빠지면 안돼"
"선 넘지 않는 실용적 가치·노선…대형마트-골목상권 양립 가능"
(서울=뉴스1) 대담=김현 정치부장
"해마다 10만 명, 지난 10년간 100만 명 넘는 국민이 개명(改名)을 했는데 금융기관, 보험사, 증권사에 일일이 개인이 다 신청·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컸습니다. 정부 시스템을 통합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안해 어느 정도 합의는 끝났습니다.""대형 유통마트를 억눌렀던 부분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경쟁도 가능하고 국민 편익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와 전통시장, 골목상권은 더 많은 지원과 육성책을 마련하는 등 '여기를 죽이고 여기를 키운다'가 아닌, '여기도 살리고 여기를 더 지원한다'가 돼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총리급 대우를 받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박용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발탁한 것은 깜짝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이자 '삼성 저격수'로 활동한 박 부위원장이 민간 기업의 성장·혁신을 이끌며 갈등조정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기 때문이다.
박 부위원장은 지난 3일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개인의 신념과 철학도 후순위로 돌리며 이재명 정부에 발맞춘 '실용주의'를 역설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전반이 '도그마(Dogma)'에 빠지는 현상을 강하게 경계했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탄력근무 △신규 원전 건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메가 특구 규제 철폐 등 여권이 공론화에 부담을 느끼는 민감한 현안에 총대를 메고 전향적 논의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고소득·고위직·전문직 등에 대해 근로시간과 휴게·휴일 및 초과수당 적용에 예외를 부여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관련해 "무조건 안 된다는 것에는 동의가 안 되지만, 도입하자는 논리가 가진 위험함도 있다"면서도 "직무와 소득을 어느 규정으로 할 것이냐를 명확히 한다면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박 부위원장은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이후 신규 원전 건설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원리주의적인 원전 반대·폐지와는 이재명 정부가 거리를 두고 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대형마트 규제 철폐에 관해서도 "다 열어놓고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4개월간 주요 활동과 성과, 기억에 남는 사례는 무엇인가.
▶(주식 매각대금 정산과 관련해) 'T(거래일)+2'에서 'T+1'로 결제 주기 단축하는 일이 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방향이 잡혔기 때문에 성과 중 하나로 생각한다. 여러 부처가 결합돼 있는 복합 규제여서 많은 협회와 단체, 기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분명한 방향을 정했다. 시스템 개선은 어렵지 않지만 단 한 번, 단 한 건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큰일 날 일이니 안정성을 계속 확인하겠다는 입장이 맞다고 본다. 내년 10월에서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못 박고, 밀어붙이는 방식보다는 안정성을 기하면서 (적용)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합의는 됐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다 열어놓고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건 절대 안 돼'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일종의 도그마에 빠지면 아무것도 못 한다. '실용적 가치와 노선을 잘 유지하되, 또 선을 넘지 않는다'는 이 사이에서 지름길을 찾아가야 된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미국과 일본에서 도입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일정하게 가이드를 정해서 하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 여건에 맞게 해야 한다.
'과로사회·피로사회'인 한국에선 주 52시간 규정을 만들어 놨다. 이게 사람과 기업, 산업 몸에 맞는 옷이어야 하는데 군복처럼 내가 맞춰야 되는 그런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생명·안전 이런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을 넘지 않아야 되지만 자세는 열려 있어야 한다. 무분별하게 '너도 화이트칼라잖아'라는 방식은 동의 못 하지만, 소득·직무 등 규정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명확히 한다면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메가 프로젝트 등 수요로 인해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온다. 신규 원전도 충분히 열어놓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보나.
▶원전 위험성에 대해선 모두가 다 공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중삼중 안전망을 더 갖춰야 된다. 그런데 원전 없이 재생에너지만으로 지금 단계, 혹은 미래에 곧 닥칠 산업 전력까지 다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갈 수 있느냐에 대해선 아무도 답을 못한다. 그래서 원전도 지금 추가로 더 짓거나 (가동 수명을) 연장하거나 SMR(소형모듈원전)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원전 위험성과 안정성을 더 유지해야 된다고 다들 생각한다. 다만 '원전 반대·폐지'에는 이재명정부가 거리를 두고 가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론을 낼 것이라고 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것도 한 걸음 나아가 보자는 입장이다. 법으로 규제해 중소상공인·자영업·골목상권·전통시장이 살아나길 원했던 것인데, 여기(대형마트)만 못 살게 굴고 있는 상황이다. 그 사각지대에서 티라노사우루스 급 포식자인 쿠팡이 나타나 정부와 맞서고 한미 관계까지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느꼈을 것이다. 규제를 계속하면 외교 갈등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촉진해 티라노사우루스가 무자비한 횡포를 벌이지 못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이 첫 번째다.
두 번째로는 국민 생활패턴을 쿠팡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쿠팡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그에 걸맞은 국민 편익을 유지하거나 더 높여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형 유통마트를 억눌렀던 부분에 대해 일정한 규제가 완화돼야 경쟁도 가능하고 국민들의 편익도 도모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자영업자·전통시장·골목상권은 더 많은 지원과 육성책을 마련해야 되고, 반드시 이걸 연동시켜 '여기를 죽이고 여기를 키울게요'가 아니라 '여기도 살리고 여기를 더 지원할게요'를 해야 한다. 키우는 것과 지원하는 것이 양립 불가능한 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입법과 논쟁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회 갈등과 조정·합의 과정에 저도 지혜를 보태겠다.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 신속 추진을 위해 논의하거나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반도체, 바이오, 자율주행, 로봇 등 각 부처가 규제심사를 가져올 텐데 이걸 아주 통으로 다 열려고 한다. 그랜드 비전에 맞게 '네거티브' 방식으로, 면책 조항을 더해 공무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마음껏 다니고 로봇이 인도를 보행하는 등에 다양한 규제들을 하나하나 심사할 순 없다. 한꺼번에 통으로 봐야 할 텐데, 규제합리화위원회도 건건이 심사하던 디테일 규제 심사에서 넓고 크게 보고 판을 크게 열어가는 방식으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 허들 완화와 관련해선 여러 의견 수렴 중 최근에 구체화된 과제나 계획이 있는가
▶너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국민 불편을 방치하던 규제가 있다. 2014년쯤부터 해마다 10만 명씩 개명한다. 개명 신청을 해 판결문이 나오면 주민센터에 신고하는데 주민증만 바뀌고, 모든 금융기관은 개인이 일일이 다 신청·요청을 해야 한다. 금융위와 행안부도 모르고 있던 사각지대 규제 속에 100만 명 넘는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세금 징수는 일사천리로 하는데 국민 이름 바뀌는 데 대한 불편 해소는 왜 안 했나. 각 부처 담당자들과 논의를 해 어느 단계까지 거의 합의가 끝났다. 청와대 보고하고 공표를 할 텐데, 사법부가 판결을 내면 곧바로 통보해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것으로 제안을 해볼 것이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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