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재정' 띄운 靑…반도체 호황발 내년 슈퍼예산 군불 때기

김용범 "반도체 호황에 역대급 초과세수…재정도 유연하게 접근해야"
내년 예산 확장재정 기조로…선행지표 세수추계 반영도 검토

사진은 지난달 3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의 컨테이너 모습. 2026.4.1 ⓒ 뉴스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정부가 2027년도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청와대가 확장 재정을 시사했다. 반도체 업계의 슈퍼 호황에 맞춰 정부의 재정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호실적으로 법인세 등 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 규모도 올해 대비 대폭 증액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반도체 업계 호실적에 따라 확장재정 기조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내달 중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 편성 방향이 심도 있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재정과 거시 전망은 기본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기초로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 반도체 호황은 기존 GDP 체계가 포착하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재정 정책이 GDP 등 확정 통계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후행적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기업 현장에서는 역사적 호황이 펼쳐지는데 GDP 성장률 전망은 보수적으로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다"며 "기존 방식만으로는 대응하면 오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제 진짜 중요한 대목은 재정"이라고 했다.

그는 "2027년까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진다면 2026년과 2027년의 세수는 역사적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뿐 아니라 고소득 반도체 인력의 소득세, 무역흑자 확대에 따른 연쇄 효과까지 감안하면 역대급 초과 세수가 쌓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도체 중심의 구조 변화가 실제로 진행 중이라면 재정 역시 과거 평균값에 묶인 사고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넓은 시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계의 호황과 그에 따른 세수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내년도 예산안을 확장 재정 기조로 편성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가 추정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340조 원, 250조 원 수준이다. 이같은 실적이 현실화 할 경우 법인세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세수 증가를 기반으로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나설 경우 올해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이 큰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 확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내 경제 지표를 재정 운용에 적기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세수 추계 오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기업 영업이익을 예측하고, 이를 법인세 추계에 반영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매년 9월 당해연도 세수를 재추계해 국회에 보고하는 작업도 거친다. 이 또한 정확한 세수 추계를 위한 조치다.

다만 이같은 보완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정 정책을 선행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운 만큼 GDP 중심의 거시 전망을 개선하거나 산업 선행 지표를 세수 추계 모형에 반영하는 등 방안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 국가데이터처가 관련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hanantwa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