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감사원장·복지장관도 '깜짝 인사'(종합)

차관급 지방법원장→부총리급 감사원장 '파격’
복지장관엔 KDI 출신… '연구원 선호' 두드러져
"전문성 반영했지만 중량감 떨어진다" 지적도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통해 신임 감사원장과 복지부 장관에 각각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황찬현 신임 감사원장 후보자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 내정자 모두 그간 정치권과 언론의 하마평에 전혀 오르지 않았던 인물이란 점에서 추천 및 발탁 배경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일단 황 후보자의 경우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은 특기(特記)할만한 게 없어 보인다.

대신 황 후보자의 경우 지난 2002년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을 비롯해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사건, 대우그룹 부실회계감사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을 다루면서 "법과 형사소송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만큼 박 대통령이 이 같은 점을 눈여겨 봤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청와대 주변에선 최근 민주당 등 야당이 국가정보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 등의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놓고 '대선 불공정'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박 대통령이 '법과 원칙에 입각해 현 상황에 대처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황 후보자 인선을 통해 나타낸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최근 통합진보당의 당내 비례대표 후보자 경선 부정행위와 관련해 '나 홀로' 무죄판결을 내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으로부터 "국민 상식에 어긋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던 곳이란 점에서 여권 내에선 황 후보자의 발탁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기류도 읽힌다.

더구나 헌법기관장이면서 '부총리'급으로 간주되는 감사원장에 차관급 대우를 받는 현직 지방법원장이 선임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란 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역대 정부에선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상징성 등을 이유로 대개 대법관을 지낸 법조인 출신 인사들을 감사원장으로 발탁해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황 후보자 인선에 대해 "현직 법관을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이언주 원내대변인)고 비판하고 나서 추후 국회 인사 청문 과정에서 관련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임 복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문 내정자 역시 그간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인물이다.

여권 내에선 그동안 3선 국회의원인 진영 전 장관에 이어 정치권 출신 인사나 관료 출신이 후임 복지부 장관에 발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었다.

문 내정자는 국책연구기관인 KDI에서 잔뼈가 굵은 복지 분야, 그 중에서도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문 내정자의 발탁은 정부가 앞으로 기초연금 도입과 함께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도 본격 착수할 것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앞서 진 전 장관은 기초연금 지급액수를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해 차등 지급키로 한 정부의 기초연금 도입안 내용에 반발해 직(職)을 버리고 나왔었다.

문 내정자는 과거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04년 당 국민연금 특별 태스크포스(TF)팀에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으로서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추계를 바탕으로 한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정부 경제정책에 관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민생경제 분과 민간위원과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청와대가 문 내정자 발탁과 관련해 "복지 분야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같은 이력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경제 유관 부처 장관에 연구원 출신 인사들을 선호하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이번 문 내정자 인선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현재 정부 부처 장관급 이상 인사 중에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 내정자와 같은 KDI 출신이고,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노동연구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각각 선임연구위원과 원장, 본부장 등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문 내정자에 대해서도 "연금 분야를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의 정책 전문성이 부족한 '코드 인사'"라며 자질과 전문성 등에 대한 고강도 검증을 예고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인사와 관련해 "전문성을 가진 참신한 인물도 좋지만, 부처 수장(首長)이라기보다는 '실무자'란 느낌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황 후보자, 문 내정자와 함께 사격장 불법양도 논란과 공문서 위조 의혹 등으로 물러난 박종길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후임으로 스포츠미디어 전문가인 김종 한양대 예술·체육대학장을 내정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중 공석인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선 결과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