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지하벙커'란 표현 쓰지 마세요"… 왜?
'위기관리 상황실' 표기 요청… "국민 불안 우려"
일부선 "MB정부 부정적 의미 차단 의도" 관측도
청와대가 흔히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이하 상황실)에 대해 "'지하벙커'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지하벙커' 방문과 관련, 기자들에게 "'지하벙커'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며 "공식 명칭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상황실의 공식 명칭은 국가위기관리실 예하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이다. '지하벙커'란 표현은 정식 명칭이 아니고, (상황실은) 실제로 지하에 들어가 있는 벙커도 아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청와대 측은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청와대 내에 외교·안보·통일 분야 정책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이 정식 설치돼 현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의 정식 명칭도 국가안보실 예하 '위기관리센터'로 바뀌게 된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청와대 지하벙커'는 청와대 비서동 내에 위치한 현 국가위기관리실 산하 국가위기관리 상황실을 흔히 일컫는 말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상황실은 '지하벙커'란 별칭에 걸맞게 박 대통령의 부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인 지난 1975년 전시 대피시설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초인 2003년부터는 현재와 같은 국가위기관리와 상황 대처를 위한 시설로 탈바꿈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내에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종합적인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키로 결정하면서 이 벙커에 'NSC 상황실'을 설치했으며, 현재도 상황실 내엔 육·해·공군은 물론, 경찰청, 소방방재청, 한국전력 등 국내 주요 기관의 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또 국내에서 운항 중인 항공기·선박 등과도 직접 교신할 수 있는 등의 장비가 갖춰져 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9년부터 이곳 벙커 내 상황실 옆에 '비상경제상황실'까지 꾸리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동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 보도엔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주재했다"는 얘기가 매주 쏟아졌다.
그러나 이때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지하벙커 회의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발탁됐던 윤증현 전 장관마저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에 대해 "국민이 오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필요 이상의 위기감과 불안감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도 9일 "앞으로도 당분간 북한 상황을 주시해야 할 텐데,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일한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면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벙커 방문 당시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해 "이런 때일수록 우리 안보태세는 한 치의 허점이 있어선 안 된다"며 철저한 대비를 지시했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선 "현 청와대가 '지하벙커란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밝힌 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지하벙커 회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대통령은 물론, 정부 외교·안보라인에도 병역면제자가 적지 않아 북한의 도발 등 대북 현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이들이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여는 모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인사는 "청와대 벙커든 위기관리 상황실이든 대통령이 여기를 자주 찾는 건 나라가 평안치 못하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위기 해소를 통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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