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 압박받는 이재명…"개헌론, 저잣거리 널려있다"

야권 잠룡 회동서도 '개헌' 압박…
민주 내부서는 '개헌' 언급 시 지지율 구도 변화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5당 공동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외연 확장을 위한 통합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의 지지율에 근접하지 못하는 여야 잠룡들은 일제히 개헌론을 내세워 '1인 독주' 구도를 흔들려 하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6~28일 전국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대선 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46.3%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8.9%)과도 큰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했다.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인 이 대표는 지난 대선 패배를 교훈 삼아 야권 내 통합을 우선하고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과 연이어 회동하며 당내 단합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 야권 잠룡들은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회동에서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관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개헌 논의를 '이슈 블랙홀'로 규정하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 대표와 대비된다.

김부겸 전 총리도 "(민주당이) 내란이 종식될 때까지 개헌 논의를 미루자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거의 내전 상태"라며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여권 잠룡들도 개헌론을 띄우며 이 대표에게 답을 요구하고 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도 4년 중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개헌을 주도하고 2028년에 물러나겠다"고 공언하며 배수진을 쳤다.

여야 정계 원로들도 개헌론에 힘을 싣고 있다. 김형오·정세균 전 국회의장, 정운찬·김황식·이낙연 전 총리,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은 개헌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대담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현재의 지지율 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으나, 지금은 개헌 논쟁이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이 대표의 대선 지지율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핵 심판 이후 조기 대선 국면이 조성되면 개헌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타후보들이 이 대표에게 개헌론을 압박해 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경우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처럼 개헌을 일정 부분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개헌론과 관련해 "(개헌을) 안 할 수는 없다"며 "이미 내 입장은 공표된 상태이고 변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 입장이) 주머니에 있지 않고 이미 저잣거리에 널려 있다"면서도 "지금은 개헌 논쟁보다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덧붙였다.

mine12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