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사과' 유시민, 정체성 자체 수정 논란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리틀노무현’이라 불리며 지난 노무현 정권서 측근 역할을 했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전 보건복지부 장관)가 참여정부 핵심정책 사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추진에 대해 공식 사과한 것을 두고 정체성 자체 수정 논란이 일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 당시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예찬론을 펼쳤던 유 대표는 최근 자신이 과거 한미 FTA 추진에 찬성했던 것에 대해 사과성 발언을 했다.

유 대표는 지난 5일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 FTA를 추진한 것에 대해 “참여정부에서 좀 다르게 했더라면 하는 부분은 (참여당이) 갚아야 할 빚”이라며 “(참여정부가) 아직도 원망의 대상이 되는 정책적 선택을 한 것에 대해서는 정책의 오류를 말하기 전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이어 “아무리 정책이 옳더라도 당장 FTA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는 것도 아닌데, (나라면) 지지자가 반대하는 FTA를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지난 2007년 유 대표가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그는 한미 FTA 추진을 추켜세우며 조기 체결을 지지했었다. 그는 한 대학강연에서 한미 FTA 추진에 대해 “어차피 갈 길이라면 먼저 가는 좋다. 미국 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 일본, 중국과도 FTA를 체결해야 한다”면서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통상국가로서 성공하는 길 밖에 없다면 이 길을 남들보다 앞서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당시 한미 FTA를 적극 추진했던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의 전격적인 한미 FTA 추진은 전략적 판단의 의한 것”이라며 “아이러니컬하게도 정치 세계관이 전혀 다른 노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이 쳐놓은 레일 위에서 FTA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이 노 대통령의 한미 FTA 추진을 두고 '구국의 결단'이라고 쓴 날, 난 눈물을 흘렸다"라고 까지 말했다.

◆ 이제서야 변신하는 유시민, 그 이유는

그랬던 유 대표가 입장을 선회해 마치 팔색조 처럼 변신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미 FTA에 찬성, 추진에 힘을 보탰던 과거 행적들이, 현재 자신이 정치적 사활까지 걸며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통합의 상대방인 진보신당은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노 정부 때 추진했던 한미 FTA를 ‘신자유주의’의 산물로 해석, 참여당에 근본적 반성과 재검토를 뜻하는 '조직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이날 ‘뉴스1’ 과 만난 자리에서 유 대표의 사과성 발언에 대해 “우리당에서 통합을 하려면 FTA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겠느냐”면서 “하지만 우리는 유 대표의 발언을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라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강 대변인은 “진정한 사과는 예를 들어 ‘내가 그 때 FTA를 추진했는데 미안하다, 또는 피해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등 인데, ‘그 때 지지자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서 미안하다'는 식의 유 대표 발언은 거기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유 대표의 변신에 대해 비난성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열린우리당에서 유 대표와 함께 당생활을 했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통화에서 “진보정당간 통합을 앞두고 FTA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으니 말을 바꾼 것 아니겠느냐”라며 “유 대표가 과연 정체성이 있기는 한 거냐”고 반문, ‘정치인 유시민’의 정체성 자체를 부정해 버렸다.

한편 유 대표는 최근 한미 FTA 추진 사과에 이어 참여정부 시절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유 대표는 11일 공개된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 인터뷰에서 “(노동유연화를) 이겨낼 수 없다고 보고 타협했다. 참여당 입장은 참여정부 부채승계론인데, 이는 잘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제금융 이후 본격화한 신자유주의적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협한 점은 인정하나, 상황 판단을 잘못했던 것인데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pjy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