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괴 대신 금ETF 3400억어치 샀는데…성적표는 '깜깜이'

지정학적 리스크 속 13년 만에 금 매입 재개…이례적으로 금ETF 선택
한은 "투자배경 밝히기 어려워"…김영환 "사후검증 제도 마련해야"

1월 2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보석상에 1㎏ 금괴와 밀봉된 금화가 전시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2026.01.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한 가운데 미국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68개국 중앙은행 중에 금 ETF를 매입했다고 밝힌 국가는 3곳에 불과할 정도로 이례적이지만 외화자산 운용성과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한은 특성상 투자성과를 알 수 없는 실정이다.

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세계 최대 금 ETF인 SPDR 골드 셰어스(Gold Shares) 약 68만주(6월 말 평가액 2억 5000만달러·약 3392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금 ETF란 금 현물 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으로, 거래소에 주식처럼 상장돼 있어 유가증권으로 분류된다. 실물 금을 사들인 게 아니기 때문에 유가증권 매매 손익으로 분류되고, 외화자산에 편입된다. 금과 달리 곧바로 사고팔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때 주목받는 안전자산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이란 전쟁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한 것이 특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 금 협회의 2분기 말 기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 및 외환보유액 내 금 보유 비중 자료에 따르면 △미국 8133톤(81.4%) △중국 2346톤(8%) △일본 846톤(8.5%)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2013년 2월 이후 금 매입을 중단했고, 보유량도 104톤(3.1%) 수준으로 차이가 있다.

한은은 "해당 기간 중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높고 수익성이 양호했던 주식 비중 확대를 통해 투자상품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며 "최근 수년간 금 가격 상승기에는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며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운용할 필요성이 커져 투자 다변화 여력이 제한적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매입 방식이 ETF였다는 점에서는 이목이 쏠린다. 세계 금 협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에 답한 선진국 16개국 중에는 1곳,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52개국 중 2곳만 금 ETF를 통해 금을 매입했다고 밝혔을 만큼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금 ETF를 매입하게 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자료와 함께 평가 손익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투자전략 노출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로 공개가 어렵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장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6.10.2 ⓒ 뉴스1 이종수 기자

이처럼 한은의 외화자산 운용성과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예컨대 한은이 SPDR 골드 셰어스를 처음 편입한 올해 2분기에 해당 ETF는 고점 대비 저점 기준 약 18% 하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한은의 실제 손실률을 의미하지 않지만 한은의 매입 시점과 가격이 적절했는지를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한은은 2024년 자료에서 금에 대해 "가격 변동성이 크고 중앙은행이 시장 상황에 따라 쉽게 매도하기 어려운 자산인 만큼 투자 시기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 투자에서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면서도 정작 금 ETF의 매입 시점과 단가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한은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 90톤을 매입했지만 약 11억 2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의 평가손실을 낸 이후 매입을 중단했다.

국회는 2020년도 국정감사에서도 한은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운용수익뿐 아니라 운용수익률 공개 방안을 검토하며, 재무 현황 발표 시 외국환 평가손익을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재도 외화자산의 실제 운용수익률과 개별 투자자산의 취득원가·평가손익에 대한 공개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투자 판단을 사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 장치가 충분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김영환 의원은 "정확한 매입 시점과 단가, 평가손익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자 판단의 적정성도 검증하기 어렵다"며 "외환보유액 운용 특성상 즉시 공개가 어렵다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매입 근거와 위험조정 성과를 국회와 외부 전문가가 사후 검증할 수 있도록 공개·평가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김영환 의원실 제공)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