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원, 北 IT노동자 '위장취업 코인' 일부 몰수 명령
가짜 신분으로 美기업 취업해 코인으로 급여…北 관계자에 송금
美정부 774만달러 몰수 청구…법원, 약 21만달러 유입 지갑 우선 승인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법원이 가짜 신분으로 해외 기업에 취업한 북한 정보기술(IT)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가상자산 일부를 미국 정부에 몰수하라고 명령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북한이 해외 IT 인력의 위장취업으로 외화를 벌어 대북제재를 회피하는 자금줄을 미국이 사법적으로 차단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루돌프 콘트레라스 판사는 지난 3일자 판결문에서 북한 IT 노동자들의 자금세탁·제재 회피 사건과 관련해 미 법무부가 청구한 궐석판결 및 최종 몰수 명령을 일부 인용했다.
미 정부 조사에 따르면 북한 IT 노동자들은 허위 또는 부정하게 취득한 신분을 이용해 미국 IT 기업 등에 원격 취업한 뒤 USDC와 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받았다. 이후 여러 가상자산 지갑을 거쳐 자금 출처를 숨긴 뒤 북한으로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세탁된 자금은 북한 국방성 산하 조직과 연계된 김상만과 북한 무역은행 관계자 심현섭에게 전달된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했다. 두 사람 모두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특별제재대상(SDN)에 올라 있다.
이번에 몰수가 승인된 '0x81c4…' 지갑에는 최소 10개의 북한 IT 노동자 결제 주소에서 약 15만8123 USDC, 최소 4개의 다른 주소에서 5만4574 USDT가 유입됐다. 액면가 기준 약 21만2700달러(약 2억8500만 원) 규모다. 다만 판결문에는 해당 지갑의 전체 자산 가치는 명시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미 법무부가 지난해 6월 제기한 774만 달러(약 103억 7600만 원) 이상의 가상자산 등에 대한 민사 몰수 소송의 일부다. 몰수 대상에는 김상만과 심현섭 관련 계좌 및 지갑과 북한 IT 노동자들의 수입을 받거나 한데 모으는 데 사용된 가상자산 주소 등이 포함됐다.
법원이 전체 자산의 몰수를 승인하지 않은 것은 절차상의 문제 때문이다. 미 정부가 공식 몰수 웹사이트에 관련 내용을 공고하면서 '0x81c4…' 지갑만 구체적으로 명시해 나머지 자산에 대해서는 공개 통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북한 IT 노동자들이 기업에 위장취업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받고 이를 세탁해 북한으로 보내는 제재 회피 구조에 관한 미 정부의 주장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자산에 대한 청구도 재신청이 가능한 형태로 기각해 미 정부가 절차를 보완해 다시 몰수를 요청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사건은 북한 해커가 직접 탈취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북한 IT 노동자들이 신분을 속여 해외 기업에 취업해 벌어들인 임금을 세탁한 자금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의 해외 IT 인력을 통한 외화벌이를 주요 제재 회피 수단으로 보고 관련 자금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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