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북미 정상 간 소통 '모르는 일'…한미훈련 축소 의미 없어"(종합)
김여정, 담화 통해 유화 메시지 전면 거부…"원하는 답 안 나올 것"
중동·러우 전쟁 책임 서방에 전가…북중러 기반 대외정책 이어갈 듯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소통'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유화책 차원에서 한미 연합연습 '을지 프리덤 실드'(UFS)의 축소를 지시한 것에 대해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북한은 러우 전쟁, 중동 분쟁 문제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돌리며 러시아를 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당분간 기존의 대미 강경 기조와 북중러 밀착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외 총괄인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19일 밤늦은 시간에 발표한 담화에서 "국가의 안전이익과 지역 안전 환경에 대한 최대의 위협이 미국으로부터 오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장은 "며칠 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발표한 미한 합동 군사연습 축소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유화책'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 공격적 성격의 군사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축소된 연습은 이미 전에 진행된 연합훈련에 의해 대체되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그러면서 한미가 지난 2월 진행한 연합 공중훈련인 '쌍매 훈련'과 3월의 '프리덤 실드' 연합연습, 4월에 진행된 해군과 공군의 연합훈련 등 올해 한미가 진행한 각종 연합연습 및 훈련을 나열했다.
김 부장은 이어 "우리는 개별적 훈련의 축소나 단축이 아니라 현재까지 미한 사이의 합동 군사연습이 지속해서 진행돼 왔다는 현실에 보다 주목하고 있다"라며 "이것이 명백한 대조선(북) 적대감의 숨길 수 없는 표현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투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미국 측이 이번에 취한 자기들의 조치를 무슨 '선의의 조치'로 선전하려 한다면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 '소통'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며 "아마도 우리 최고지도부의 대외 정책과 관련해 내가 알지 못하는 유일한 사안일 것"이라고 말해 관련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 국가수반(김정은)이 트럼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밝힌 일이며 두 지도자의 관계는 훌륭하다"면서도 "그런데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변하지 않아 왔고, 미국과 그 추종 무리의 대조선 군사 활동도 여전히 맹렬하다"라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이어 "조미(북미) 두 나라 지도자 사이의 훌륭한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자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취하는 주권적 행사는 매우 상식적이고 적중하며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핵 보유'를 재차 정당화했다.
김 부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미국과 서방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중동에서 "대결의 악순환이 지속됨에 따라 지역 나라들 사이 불신과 불화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의 수행자'로 삼아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강요하려 했다며 "무력분쟁의 장기화 국면이 엄중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를 겨냥하여 체계적으로 증대되어 온 미국과 서방의 안보위협이 현 우크라이나 위기를 초래한 기본인자"라며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 영토 완정을 수호하기 위한 러시아 정부와 인민의 정의로운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 성원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장한 북한군의 추가 파병설에 대해서는 "젤렌스키가 고안해 퍼뜨린 사실무근인 자작극"이라며 러우전쟁의 발단과 장기화의 책임이 미국과 서방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러 간 협력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따른 "주권적 권리 행사의 합법적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향해서도 강도 높은 경고를 내놨다. 김 부장은 일본의 군사적 팽창 시도를 "잠재적이며 전망적인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우리 북한 군사지도부는 일본의 위협을 억제·제압하는 것을 군사전략의 일환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이 잘못된 선택을 기도하려 한다면 이제는 즉각적이며 생존불가한 섬멸적맹격을 직접 받게 될 것"이라며 "일본의 군사적 진화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자멸적 행위"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이날 한미 훈련 축소 등 미국의 대북 유화 움직임에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러시아의 논리를 재확인했다. 당분간 북한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의 불안정과 갈등의 책임을 미국과 서방에 돌리면서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를 정당화한 만큼, 북중러 연대에 기반한 기존 대외전략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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