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대 정치 행사 '당 대회' 개막…전문가가 본 네 가지 관전 포인트

'적대적 두 국가' 명문화·김정은 주석 추대 등 주목
"핵보유국 못박기로 트럼프 4월 방중 전 유리한 입지 선점 주목"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9일 개막한 9차 당 대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로 5년에 한 번 개최되는 노동당 제9차 대회가 19일 평양에서 개막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향후 5년간의 국가 전략을 큰 틀에서 확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의 대표자들이 평양에 집결해 수일간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 총화 △당 규약 개정 △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라는 세 가지 안건을 다룬다. 안건의 갯수는 적지만 지난 5년간의 사업을 결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북한의 '국가 정체성'과 연관이 있는 당 규약 개정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무게감 있는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회의 관전 포인트로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의 제도화 △핵보유국 지위 고정 등 대외 노선 설정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주석 추대 △후계 구도 관련 결정 등을 꼽고 있다.

2023년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당 규약에 명문화 가능성

북한은 지난 2023년 12월 30일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의 성격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규정했다.

김 총비서는 "남북은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며 기존의 대남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새로운 노선을 설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후 북한은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등 대남기구를 정리하고, 평양의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의 철거, 경의선·동해선의 남북 연결 도로도 폭파하는 각종 '단절 조치'를 취했다.

다만 북한은 '두 국가 노선'을 노동당 규약이나 사회주의 헌법에 명문화하는 동향을 선명하게 노출한 바는 없다. 당 규약이나 헌법에 관련 내용이 명시되면 '남북 두 국가'라는 기조는 최고지도자인 김 총비서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는 국가의 정체성이 되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당 규약에서 '민족·통일' 등의 표현이 삭제되고 남북 각각의 '국가성'을 부각하는 표현이 삽입된다면, 전통적 남북관계를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와의 인식의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는 단순한 수사 변화가 아닌 새 국경선 설정이나 국제사회에서의 활동 방식 등 군사와 외교 전략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이미 '두 국가' 정책을 국법(헌법)에 반영할 것을 지시한 만큼, 당 규약도 일부 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총비서의 당 대회 개회사 전반에 흐르는 '우리국가제일주의' 기조는 남북을 민족이 아닌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고착하려는 '두 국가론'의 이념적 토대를 강화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불가역적 국가 지위 다졌다"…비핵화 접고 핵보유국으로

김 총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국가의 지위를 불가역적으로 굳건히 다짐으로써 세계 정치 구도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건설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그간 핵보유국 지위가 '헌법에 고착된 불가역적인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김 총비서의 연설도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는 북한이 당 대회를 기점으로 대외 노선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외교적 관계를 설정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에 준하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부르고 있지만,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미국의 대북 전략이 공식적으로 수립되진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은 아직 섣불리 대화를 타진할 때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임을출 교수는 김 총비서의 연설이 "핵억제력을 통해 외부 압박을 통제하고 내부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적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교수 역시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군축 협상 구도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한 번 더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해 협상의 기준을 낮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영광의 당대회를 맞이한 인민의 환희가 수도의 거리에 차넘친다"라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정은 '주석' 지위 부여도 주목…최근 '국가수반'으로 위상 공고화

김정은 총비서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마찬가지로 '주석' 지위에 오를지도 관심사다. 최근 북한이 김정은을 '국가수반'으로 지칭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점에서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024년 9월에 발표한 성명에서 처음으로 김 총비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수반'으로 언급했다. 이후 북한은 담화나, 당·국가·군 관련 보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김 총비서를 '국가수반'으로 호명하기 시작했다.

김일성 주석 집권 때 북한은 헌법에 '공화국 주석'이 국가수반을 맡는다고 규정한 바 있다. 그 때문에 북한이 최근 김 총비서를 국가수반으로 부르는 것이 주석직 부활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의 주석직은 당이 아닌 일종의 비상 내각 체제인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때인 1998년 폐지된 바 있다.

다만 김일성 역시 60세가 된 뒤에야 주석직에 올랐다는 점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박원곤 교수는 "김 총비서의 지위가 주석으로 격상하려면 김일성 수준의 상징 체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김정은의 생일이 국가 명절로 공식화되지 않은 점 등은 아직 김 총비서와 관련한 우상화가 완성 단계에 이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제9차 노동당 대회가 지난 19일 개막했다고 20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유력 후계자' 주애도 '공식 직함' 받을까…첫날엔 모습 드러내지 않아

현시점에서 북한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인 김 총비서의 딸 주애가 당의 공식 직함을 받을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주애가 일부 시책에 대한 의견까지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주애가 북한의 후계자 내정 단계를 밟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22년 11월 첫 등장 후 우리 정보당국이 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때문에 북한의 가장 큰 정치 행사에서 주애 혹은 향후 후계자 구도와 관련한 모종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당 규약상 입당 가능 연령이 18세 이상이기 때문에, 2013년생으로 추정되는 주애가 당 직함을 받을 경우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 총비서가 집권 후 당 중심의 '집체적 의사결정'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주애는 당 대회 첫날에는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김 총비서가 짧은 후계자 시절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권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집권을 하면서 대대적인 숙청 등 사정정국을 거쳤다는 점에서, 그가 자신의 후계자를 이례적인 수준으로 일찍 낙점해 체제의 영속성을 도모할 것이라는 관측도 상당하다.

일단 상당수 전문가들은 주애의 당 대회 불참이나 직함 미부여가 후계 구도의 변화 요인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주애는 그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규모 살림집 및 관광지 준공식 등 상징성과 성과가 부각되는 현장에 등장해 왔다. 주애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북한이 한동안은 이같은 시각적 효과가 두드러지는 무대에서 주애를 자주 부각하며 자연스럽게 후계 구도를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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