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에 갑자기 등장한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

지난해 12월 통일부 업무보고 이후 약 열흘 만에 언급
체제 선전에 활용…"신념과 의지의 화신"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 동상을 바라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최근 비전향 장기수 송환을 검토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메시지가 나온 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과거 비전향 장기수였던 리인모를 다시 소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8일자 '당조직은 생명보다 귀중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신념과 의지의 화신인 리인모"라며 그의 충성심을 치켜세웠다.

신문은 리인모가 "입당할 때 한 맹세를 어길 수 없어서 전향하지 않고 돌아왔다"고 말했었다고 전하며 "그가 원수의 악행과 고문으로 의식마저 잃고 육체가 만신창이가 되는 최악의 역경 속에서 보낸 수십 년은, 당원이라는 높은 자각과 투철한 조직 관념으로 투항과 변절을 모르고 신념과 지조로 꿋꿋이 이어진 값높은 삶의 나날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원들은 언제나 어떤 환경에서나 당을 절대적으로 믿고 당과 운명을 같이하려는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인모는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했고, 남한에서 34년간 비전향 장기수로 수감됐다가 1993년 3월 19일 최초로 북한으로 송환된 사람이다. 김영삼 정부 첫해인 1993년 3월19일 가족 방문 목적의 '장기 방북' 형식으로 북쪽으로 돌아가게 됐으며, 89세이던 2007년 6월16일 생을 마감했다.

북한 매체는 당에 대한 충성심을 주민들에게 독려하고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리인모 사례를 활용해 왔다. 이번에 신문이 언급한 사례 외에도 지난해 6월 당원들에게 '규율 준수 기풍'을 강조한 기사와, 2024년 12월 '당조직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부각한 기사에서 리인모를 선전 소재로 활용했다. 대략 1년에 두어 차례꼴로 신문에 등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비전향 장기수 송환 의지를 밝힌 뒤에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비전향 장기수의 북한 송환과 관련해 "자기 고향으로 가겠다는데 우리로서는 막지 않고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하자"며 "일부 주장에 따르면 남북 협의로는 어렵기 때문에 여권을 만들어 본인이 알아서 가게 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가 가능한 방안을 동원해 비전향 장기수를 돌려보내겠다고 말한 지 약 열흘 만에 노동신문에 비전향 장기수인 리인모 사례가 실린 것이다.

다만 리인모 사례가 과거부터 반복적으로 선전·선동에 활용돼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언급 역시 특정 대남 메시지라기보다 정기적인 체제 선전의 연장선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외부 논의와는 별개로 비전향 문제를 '충성'과 '신념'의 체제 서사로 다시 끌어와 내부적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북송 의사를 밝힌 국내 비전향 장기수는 5~6명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안학섭 씨는 최근 북한으로의 송환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측은 다방면으로 북측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