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종 불참한 ARF는…한때 남북 외교 경쟁의 장
北, '남북관계 경색' 이후엔 현장서 만나도 철저히 南 외면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이 1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결국 불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미·일 3국, 중국, 러시아 등 총 27개국이 함께하고 있는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 안보 협의체다. 북한의 이번 불참은 지난 2000년 ARF에 23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처음이다.
북한의 불참은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말레이시아와 단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이 사건은 지난 2017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의 요원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여성들을 '방송 촬영'을 이유로 거짓 섭외해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VX 가스로 암살한 사건으로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말레이시아는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에 적극 동참해 자국에 거주하던 북한 사업가를 미국으로 송환했고, 이로 인해 양 측의 외교관계가 단절됐다.
한편으론 북한이 현재 냉랭한 관계인 한·미·일과의 접점을 차단하기 위해 ARF에 불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니 유엔'으로도 불리는 ARF 무대에서 남북은 주로 경쟁 관계였다.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개발·발사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주요 무대로 ARF를 활용했고, 한국은 미국, 일본과 연대해 이를 규탄하는 외교를 펼친 게 대부분이었다.
한때는 ARF가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위한 다자 협의체로서의 기능하기도 했다.
2000년 6월, 남북 간 첫 정상회담이 열린 뒤 2001년에 베트남에서 열린 제8차 ARF 때는 회원국들이 '2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표하며 남북한에 '평화 정책을 지속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경쟁이든 협력이든, ARF 무대는 남북의 고위급 인사가 마주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제무대라는 점에서, 남북이 어떤 인사를 주고받는지가 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북한은 2000년 ARF 가입 이후엔 다른 나라들처럼 외무상을 파견하다, 2019년 비핵화 협상의 결렬과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인근 국가의 주재 대사를 보내면서 ARF에 '큰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표현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언제나 북한과의 '짧은 조우'라도 시도하는 등 ARF를 남북 접촉의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을 전개했다. 그러나 조우가 이뤄지더라도 대체로 의례적 수준의 인사를 나누거나, 북한의 '무시'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지난해의 경우, ARF 만찬장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리 대사는 아무런 대꾸 없이 뒷짐을 진채 조 장관을 외면했다.
조 장관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드렸는데 돌아보지도 않더라"며 "반응이 없는 사람을 붙잡고 매달릴 수는 없어 그냥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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