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미숙한 외교에 여론전으로 외교 갈등 자초…"그래도 출구 찾아야"
李 대통령 "예의 갖췄더니 날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고강도 비판
전문가 "우크라는 전략적 공동 이익 추구하는 우방…빠른 해결책 찾아야"
- 한상희 기자,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와 관련해 '합의 위반'과 선명하지 않은 해명, 여론전으로 일관하면서 사태를 키우고 있다.
정부는 외교부는 물론 이재명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태도가 "예의가 없다"라는 취지로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다음 대응에 따라 양국 관계가 크게 악화할 가능성도 3일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략적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양국이 이번 사안을 더 확대하지 않고 빠르게 '출구'를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물밑 소통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더 도움이 된다는 취지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 소셜 미디어(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북한 포로 송환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로 비공개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대통령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아쉽다고 했더니 합의 사실이 없다고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남북 간 군사 충돌 임박'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시계열 순으로 우크라이나 측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일일이 지적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사전 합의 없이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은 우리 측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직전에서야 '북한군 포로 관련 언급이 있을 것' 정도의 언질만 줬다고 한다. 양국이 협의 과정에서 이를 비공개하기로 했음에도 일방적으로 합의를 깬 것이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할 수 있으면 끝까지 이 사안을 비공개로 끌고 가려고 했다"라며 "우크라 측과의 비공개 합의 범위는 '이 사안 전체'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비밀 유지(합의)를 깨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연락했는데, 연설 내용은 (합의를) 사실상 깨는 것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한 것은 우크라이나가 이 대통령이 "아쉽다"라는 입장을 낸 뒤 자국 언론에 '소식통' 명의로 "비밀 유지 합의는 없었다"라는 메시지를 낸 것을 가리킨 것이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측에 '설명할 기회'를 줬음에도 외교 채널 간 소통이 아닌 '언론 플레이'로 대응한 것에 큰 실망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이 사안과 비무장지대(DMZ)에서 북한군의 지뢰로 우리 장병이 중상을 입은 사건을 연계하자 '공개 비판'을 작심한 것으로 보인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SNS에 "북한은 우리의 전쟁에서 배우며 무장하고 있다. 이는 자국 지역에서의 적극적인 전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부다노우 실장은 그러면서 "아주 최근에 한국과 북한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며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부다노우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간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를 한국의 무기 지원과 연계했음을 실토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이 무기를 지원하지 않아 북한군이 '실전 능력'을 키웠다는 식의 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지뢰 폭발 사고를 '불의의 사고'로 규정하며 부상 장병을 위로한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이 같은 우크라이나 측의 '여론전·선전전전'식 반응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전쟁 발발 기도'라고 맹비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여기에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 외교장관이 전날 SNS로 "이 사안을 '사건'이라 부르고 싶지 않다. '외교적 오해' 정도로 해두자"라고 말하면서 이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탈북민(북향민) 송환이라는, 한국의 입장에선 민감한 문제 중 하나를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자국의 이익에만 치중해 다뤘다는 불만이 쌓였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사안은 우리 정부가 고민을 아주 많이 해 온 주제"라며 "두 포로는 일반적인 탈북민과는 또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부와 대통령이 더 민감하게 반응했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결국 이번 사안의 출구는 우크라이나 측의 '명시적 사과'가 있어야 풀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역시 대통령이 직접 연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곧바로 '명시적 사과'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외교적 차원의 문제기 때문에 서로의 체면을 다 살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라며 "이 방안을 어떻게 찾을지 양국이 논의 중일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도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합의를 깬 것은 맞지만, 앞으로의 관계를 위해 양국이 '출구'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게 맞기 때문에 이를 지적할 수 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커다란 전략적 이익을 같이하기 때문에, 그러한 노선을 벗어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군 포로의 안전한 송환"이라며 "이게 이뤄졌으면 이제 이 사안을 마무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특히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것은 다소 비생산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라고도 지적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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