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포기 안 한 비전향장기수…정부에 "제3국 통한 북송" 요청

안학섭 씨, 16일 기자간담회 통해 정부에 입장 전달 예정
北 호응 가능성은 작아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지난 8월 경기 파주 통일대교에서 북한 송환을 요구하며 북쪽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정부를 상대로 자신의 북송을 다시 한번 요구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지난 8월에는 '판문점을 통한 북송'을 정부에 요청했다가 불발됐는데, 이번에는 '제3국을 통한 북송'을 요청할 것으로 확인됐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이날 뉴스1에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3국을 통한 북한으로의 송환을 통일부에 요청할 것"이라면서 "우선 언론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히고, 추후 통일부에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1930년 인천 강화군 출생인 안학섭 씨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고,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인물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그러다 최근 건강이 악화하면서 마음을 바꿔 북한으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됐다며 자신의 북송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는 지난 8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새로운 요청사항은 없다"면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관건은 북측의 응답 여부다. 일각에서는 안 씨가 고령이고, 본래 이북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북한이 송환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993년 3월 북송을 택해 '사회주의 체제 승리의 상징'로서 선전선동에 대대적으로 활용된 비전향장기수 리인모 씨 등의 사례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난 2000년 북송된 비전향장기수 63명 가운데 이북 출신은 18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안 씨의 송환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당시 송환된 63명은 이남 출신 44명·이북 출신 18명·일본 출신 1명으로 구성됐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는 총 6명인데, 이들은 모두 북송을 요청한 상태다. 비전향장기수의 북한 송환은 2000년 이후 25년간 이뤄지지 않았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