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돕는 새터민 출신 공무원 정혜성씨 '화제'

울산 북구 근무…"서러운 내 처지와 비슷한 새터민들 적극 도울 것"

북한주민 돕는 울산 북구 새터민 공무원 정혜성씨. (울산 북구청 제공) © News1

"북한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으로 자신과 처지가 같은 북한주민을 돕는 공무원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울산 북구청 주민참여과에서 근무하는 지역 첫 북한이탈주민 공무원 정혜성(29) 주무관.

북구는 올해부터 북한이탈주민을 돕기 위해 주 3회 상담창구를 운영하기로 하고, 시간제 '마'급 계약직으로 북한이탈주민인 정씨에게 상담업무를 맡겼다.

정 주무관은 이곳에서 취업을 알선하고, 생활상담 및 행정정보 등 자신과 같은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그는 2001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부모님과 오빠 등 4가족이 함께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북했으며, 8년을 탈북자로 중국에서 숨어 지내다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정 주무관은 "북한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부모님이 자식들을 생각해 먼저 탈북얘기를 꺼냈고 그렇게 중국에서 8년 동안 공안을 피해 오로지 대한민국에 갈 궁리만을 생각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한국땅을 밟은 그와 가족들은 하나원에서의 교육을 거쳐 처음에는 수원에 정착했다.

정 주무관은 컴퓨터를 배우고, 금속모형을 설계하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

목숨을 건 사투끝에 얻은 자유의 기쁨도 잠시, 정 주무관은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을 감내해야 했다.

북한주민 돕는 울산 북구 새터민 공무원 정혜성씨. (울산 북구청 제공) © News1

그는 "남한 사람들이 은연 중에 우리를 무시하는 것을 자주 느낄 수 있었다.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너희를 우리가 먹여주고 보살펴 주고 있다는 식의 그들 생각에 서러웠다"며 "어렵게 한국행을 선택했지만 초기에는 문화적 충격보다 남한 사람들에 대한 상처가 더 컸다"고 속상해 했다.

그렇게 회사를 관둔 정 주무관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회사를 다니는 오빠를 남겨둔 채 지난 2011년 부모님과 함께 울산으로 이주했다.

때마침 북구청에서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개채용에 응시해, 합격과 함께 추억의 학교에서 근무를 했다.

정 주무관의 성실함과 적극성을 높이 산 북구청은 지난해 재계약을 하며, 새롭게 북한이탈주민을 돕는 상담창구 일을 맡겼다.

울산에는 현재 북한이탈주민수가 327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30%인 107명이 북구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초창기 그녀가 겪었던 것처럼 한국사회의 냉소를 받으며,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채 변변한 직장 없이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고 구청 관계자는 귀띔했다.

정 주무관은 "가장 큰 문제가 일자리다. 경계심이 많아 외부와의 교류가 없다 보니 힘들어도 하소연할 데도 없는 실정"이라며 "그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고 싶다"고 말했다.

힘든 생활속에서도 중국어 자격증뿐 아니라 각종 컴퓨터 자격증을 딸 정도로 매사 적극적인 정 주무관은 요즘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탈북당시 학교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 졸업장이 없다. 이 일을 하면서 검정고시에 합격해, 정식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어렵게 얻은 기회인만큼 열심히 해서 북한이탈주민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준 분들께 꼭 보답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bluewate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