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려면 VIP가 돼야 해요"…소개팅 앱 사기에 2억 보낸 60대

[목소리의 덫] 경찰 "온라인서 만남 미루고, 금전 요구하면 사기"

편집자주 ...가장 익숙한 목소리가 가장 위험한 덫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공공기관, 금융회사, 가족, 지인을 사칭하며 사람들의 불안과 조급함을 파고듭니다. 뉴스1은 울산중부경찰서와 함께 실제 피해 사례를 통해 범죄 수법의 변화상을 짚고, 시민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예방법을 격주로 전합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새로운 인연을 찾으려는 피해자의 심리를 악용해 수억 원을 가로채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외국 군인이나 의사 등을 사칭해 호감을 쌓은 뒤 돈을 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소개팅 앱과 가짜 만남 사이트를 결합해 피해자를 속이는 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8일 울산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혼자 살고 있던 A 씨(60대)는 지난달 26일 이성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 소개팅 앱을 내려받아 접속했다.

이곳에서 만난 B 씨는 "여자를 만날 수 있다"며 A 씨를 특정 메신저 앱 대화방으로 유도했다.

B 씨는 대화방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고르라"며 A 씨에게 여성 10여 명의 사진을 보여줬다.

A 씨가 한 여성 C 씨를 선택하자, C 씨는 친근한 대화를 이어가며 A 씨의 호감을 샀다.

이후 C 씨는 "나를 직접 만나려면 VIP 카드를 만들고 등급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매니저 D 씨를 소개하고 특정 사이트 가입을 권유했다.

해당 사이트는 소개팅 앱을 가장한 가짜 사이트였다. 여성들의 사진과 전국 주요 지역명을 노출해 마치 이용자 거주지 인근에서 실제 만남이 가능한 것처럼 꾸몄다.

또 "VIP로 등록하면 빠르고 안전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공지를 띄워 VIP 가입을 유도했다.

매니저 D 씨는 "등급을 올리려면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며 A 씨에게 선입금을 요구했다. 미션에 성공하면 등급이 올라가고 추가금을 얹어 돈을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D 씨의 말에 속은 A 씨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엿새 동안 사기 조직이 알려준 계좌로 총 63회에 걸쳐 2억 2540여만 원을 송금했다.

A 씨는 몇 차례 원금과 추가금을 돌려받고 자신의 등급도 VIP에 가까워지자 거액을 송금하면서도 범행을 의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돈을 계속 보내도 C 씨와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A 씨가 환불을 요구했을 때는 이미 사기 조직이 잠적한 뒤였다.

뒤늦게 모든 것이 사기였음을 깨달은 A 씨는 경찰서를 찾아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 같은 피해는 A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성 간 만남을 미끼로 온라인에서 돈을 가로채는 범행은 '로맨스 스캠'으로 불린다.

지난해 울산경찰청에 접수된 로맨스 스캠 피해 신고는 186건, 피해 금액은 137억 원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로맨스 스캠은 과거 외국 군인이나 의사를 사칭하던 방식에서 진화해 최근에는 데이트 앱에서 VIP 카드를 발급하라거나 앱 업그레이드 비용을 요구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만난 상대가 만남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특정 사이트 가입이나 금전을 요구한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요구를 받으면 즉시 송금을 중단하고 112나 금융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