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고 싶어서…" 울산 정신병원 환자 살인의 전말 [사건의 재구성]
같은 병실 환자 목 졸라 살해…'심신 미약' 인정돼 징역 22년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지난 2022년 1월 18일 울산 울주군의 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서 지적장애인 환자가 다른 환자 2명에게 살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사건은 환자들 사이의 폭력으로 끝나지 않았다. "퇴원하고 싶었다"는 가해자의 동기, 범행 뒤 CCTV에 담긴 행동, 이후 반복된 사망 사건까지 겹치며 병원 관리 부실 논란으로 번졌다.
사건은 그날 하루의 돌발 상황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약 3개월 전, 정신지체 장애로 울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한 A 씨는 이곳에서 10년째 입원 중이던 지적장애인 B 씨와 같은 병실을 쓰게 됐다.
폭력 범죄로 3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A 씨는 2019년까지 교도소에서 복역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병원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는 생활이 이어지자 A 씨는 점점 갑갑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A 씨의 돌발 행동도 반복됐다. A 씨는 복도에서 다른 환자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목을 조르거나, 경찰청에 전화해 욕설을 퍼붓는 등 문제 행동을 보였다. 그럼에도 A 씨에 대한 퇴원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A 씨는 "정신병원에서 벗어나 다시 교도소로 가기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 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이다.
사건 당일 A 씨는 평소 자기 말을 잘 따르던 환자 C 씨에게 B 씨를 언급하며 "B가 내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숨을 못 쉬게 해서 같이 죽이자"고 제안했다.
같은 날 밤 9시 44분께 A 씨의 제안을 받아들인 C 씨는 나체 상태의 B 씨를 복도로 끌고 나가 목을 졸랐다. 이어 A 씨는 B 씨를 다시 병실로 데려가 엎드리게 한 뒤 등을 밟아 숨을 못 쉬게 했다.
B 씨는 병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약 2시간여 뒤 종합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건의 잔혹성은 이후 언론을 통해 공개된 병원 폐쇄회로(CC)TV 장면에서 또 한 번 부각됐다. A 씨와 C 씨는 B 씨를 숨지게 한 뒤 병실 앞에서 손바닥을 다섯 차례 마주치는 이른바 '하이파이브'를 했고, 그 사이 B 씨는 싸늘한 주검이 된 채 방치돼 있었다는 내용이다.
재판은 1심에서 중형으로 시작됐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5년과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C 씨에게는 징역 15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은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전문의 소견 등을 근거로 A 씨 측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A 씨의 형을 징역 25년에서 징역 22년으로 감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재판부는 "A 씨는 정신지체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정신병원에서 퇴원하기 위해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 유가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선고 이유를 밝혔다.
사건은 판결 확정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1년 뒤인 2024년에도 반구대병원에서 환자 간 폭행으로 또다시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병원 측의 관리 부실 문제가 재차 제기됐다.
피해자 유족과 장애인 단체 등으로 구성된 울산반구대정신병원공동대책위원회는 반구대 병원장과 B 씨 사망 당일 당직 의사, 담당 간호사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B 씨 유가족은 입장문을 통해 "B 씨가 가해자와 장시간 실랑이를 벌였음에도 의료진 등 관리자가 제때 개입하지 않았다"며 "병원이 사실상 환자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호소했다.
syk000120@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