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세 퇴거 82% '자발적'…오세훈 "연장 요구는 억지"(종합)
시세 40% 보증금으로 평균 10년 거주…퇴거 후 72% 자가 거주
내년 첫 20년 만기…"예외 없이 퇴거" 9300가구 순차 재공급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에서 만기 전 퇴거한 가구의 82%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계약을 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첫 20년 만기를 앞두고 일부 입주민의 거주기간 연장 요구를 "비양심적인 억지"라고 비판하며 예외 없이 퇴거하도록 하겠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했다.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약 9300가구는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순차적으로 재공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8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장기전세주택, 서울의 주거사다리 희망토크'에서 "(거주 기간 만기 이후에도) 더 살고 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시끌시끌한 상황"이라며 "이는 비양심적인 억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만기 후 퇴거에)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전세주택 입주를 기다리는 분이 많고 이들도 서울 시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장기전세주택에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입주민·퇴거자 13명과 주거·부동산 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서울시는 이들로부터 장기전세주택 거주 경험과 내 집 마련 사례, 제도 개선 의견 등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아낀 주거비를 저축하거나 청약 준비에 활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구로구 장기전세주택 입주민 김모 씨는 "저렴한 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기에 조금씩이라도 저축해 내 집을 장만할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지난 2007년 서울시가 도입해 현재까지 3만 8296가구가 공급됐다. 5월 말 기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보유한 공공임대주택 중 12%를 차지한다.
장기전세주택은 시세보다 낮은 보증금으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저축과 청약 등 내 집 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올해 장기전세주택의 평균 보증금은 2억 9300만 원으로 KB부동산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 7억 1178만 원의 약 40% 수준이다. 현재 거주 세대의 평균 거주기간은 약 10년이다.
낮아진 주거비 부담은 입주 가구의 저축과 청약 준비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SH 패널조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 입주 가구의 69.9%가 매월 평균 62만 5000원을 저축했고 83.7%가 청약통장을 보유했다.
제도 도입 이후 계약기간 만료 전에 퇴거한 가구는 이달 기준 1만 5529가구로, SH 집계 기준 누적 공급량의 34%다. 이 가운데 82.4%는 자가 구입이나 민간 전세 이동 등을 위해 계약자 요청으로 자발적으로 퇴거했다.
2016~2021년 장기전세주택에서 퇴거한 1708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8년 4개월이었고, 퇴거 후 72%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공공임대주택 퇴거자의 자가 거주 비율(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오 시장은 "20년을 채우지 않고 자발적으로 내 집을 마련해 성공적으로 이주하신 분이 많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을 채우는 가구가 나오면서 일부 입주민들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장기전세주택 입주민들은 입주 후 2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른 데다 고령층에 접어든 주민도 있어 기존 보증금만으로 생활권 내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당초 계약 조건과 대기 중인 다른 무주택자의 입주 기회를 고려해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은 어렵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0~19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기전세주택 시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3.9%가 20년 만기 거주자의 퇴거에 찬성했다.
퇴거에 찬성한 이유로는 '계약대로 원칙을 지켜야 해서'가 37.2%, '공공임대의 본래 목적이 영구 거주가 아니라 자립 지원에 있어서'가 37.1%로 나타났다.
현행 최장 거주기간인 20년에 대해서도 53.2%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거주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응답은 25.7%, 연장해야 한다는 응답은 18.5%였다.
서울시는 내년 310가구를 시작으로 2028년 682가구, 2029년 1747가구, 2030년 2452가구, 2031년 4170가구 등 만기가 도래하는 약 9300가구를 순차적으로 반환받아 재공급할 계획이다.
반환 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내집과 장기전세주택으로 활용한다.
미리내집은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SHift)을 신혼부부에 맞춰 설계한 사업으로 출산 시 최장 20년을 거주할 수 있다.
20년 만기 주택은 계약 연장이나 분양전환 없이 재공급하되 기존 입주자의 안정적인 이주를 위한 지원은 병행한다.
퇴거를 앞둔 가구 가운데 소득이나 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영구·국민임대 등 공공임대주택 연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은 주거 걱정을 덜고 자산을 모아 내 집 마련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며 "내 집을 마련해 비워진 주택이 다음 무주택 시민의 기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전세주택이 서울시민 희망의 주거 사다리로 자리 잡도록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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