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제천 월악산가요제 '초대받지 못한 진짜 주인공'

지난 13일 충북 제천시 덕산면 근린공원에서 막을 내린 '10회 월악산 가요제'.(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여든 살을 바라보는 여성이 가요제 객석에 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흐느낌은 점차 오열로 바뀌었다. 주변 관객들의 시선은 그 여성에게 향했다. 옆에 앉은 관객은 어깨를 감싸며 그를 위로했다. 관객들은 즐거웠으나 그 여성만은 즐겁지 않았다.

지난 13일 충북 제천시 덕산면 근린공원에서 막을 내린 '10회 월악산가요제' 객석에 앉아 있던 그 여성은 2018년 작고한 향토 작곡가 백봉 선생(본명 이종학)의 부인(77)이었다. 백봉 선생은 1983년 주현미가 부른 대중가요인 '월악산'을 작사·작곡한 가요계의 큰 어른이다.

월악산가요제에 초대받지 못한 여성은 스스로 월악산 가요제를 찾았다. 월악산가요제가 시작됐을 때 조용히 객석에 앉아 남편 백봉 선생을 추억했다.

백봉 선생의 노래하는 생전 모습과 업적 등이 행사장 스크린으로 지나갈 때 남편과의 옛 기억도 스크린처럼 스쳤다. 여성은 금세 눈시울이 불거졌고, 흐르는 눈물은 하염이 없었다.

이 모습을 본 박영기 제천시의회 의장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하면서 "백봉 선생의 사모님이 한없이 울고 계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의장의 이 한마디에 여성의 존재가 밝혀졌다. 허나 그뿐 인삿말은 고사하고 아무도 여성을 챙기지 않았다. 가요제는 그렇게 끝났다.

그는 "누구도 월악산가요제에 초대하지 않았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며 "월악산가요제 개최 현수막이 걸린 것을 보고 내 스스로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월악산가요제를 개최한 제천시 덕산면사무소와 추진위원회는 "백봉 선생이 덕산면에 거주했고,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월악산가요제를 개최하게 됐다"고 전하면서 "(백봉 선생의 부인) 연락처를 몰랐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월 백봉음악제를 개최한 충주시 등은 선생의 부인과 가요제 기획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협의했다.

가요계의 큰 인물이자 많은 족적을 남긴 백봉 선생. 충주시 동량면이 본적이고, 월악산 기슭인 제천시 덕산면 도전리에서 태어난 백봉 선생을 바라보는 제천시와 충주시의 시각은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달랐다.

월악산가요제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 News1 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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