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세종역' 침묵하는 이시종…집권당 대표 눈치 보기?

집권여당 지도부 지원(?) 속 다시 불씨당긴 이춘희
충북도 '묵묵부답'…야당 "이시종, 적극 나서라" 비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시종 충북지사가 지난 3월15일 오후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충북도 예산정책협의회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9.3.15/뉴스1 ⓒ News1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이정현 기자 =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이 최근 'KTX세종역' 신설 추진 발언으로 또 다시 지역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일부 중앙정치권 인사들까지 나서 세종역 신설을 부추기는 상황인데 충북을 대변해야 할 도지사의 존재감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집권여당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속 제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춘희 세종시장과 달리 소속 당대표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침묵하고 있는 이 지사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이다.

이춘희 시장의 '세종역 꼭 추진' 발언이 있은 직후 지난 18일 낸 논평에서 "민주당 소속 이시종 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은 어정쩡한 자세로 세종시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이해찬 대표와 이춘희 시장에게 KTX세종역 포기각서를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의 언급처럼 역 신설 문제에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있다.

세종역 논란은 세종시가 2014년 2월 발표한 '2030도시기본계획'에 역 신설 방안을 포함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유한식 초대 세종시장이 2014년 지방선거 공약으로 역 신설을 내걸면서 문제가 공론화됐지만, 그의 낙선으로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하지만 2016년 총선에서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현 집권당 대표인 이해찬 당시 의원이 역 신설을 다시 들고 나왔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 전 시장을 누르고 당선된 현 이춘희 시장이 동조하면서 세종역 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극에 달했다.

2017년 5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타당성 용역결과 비용대비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오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까지 나서 진화에 나선 이후에야 사태는 일단락 됐다.

그러나 잠잠하던 세종역 신설 문제가 뜬금없이 올해 국정감사 현장에 다시 메뉴로 등장했다.

그것도 지역구 국회의원도 아닌 경기도 구리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사무총장 윤호중(경기 구리)의원의 입이었다.

윤 의원은 지난 8일 국토교통위 대전‧세종시 국정감사에서 이춘희 시장에게 "세종역에 대한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적극 추진해 달라"고 언급해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이춘희 시장은 지난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세종역 신설' 재추진 의지를 보란 듯이 천명하고 나섰다.

지난 12일 오전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앞에서 열린 'KTX세종역 신설 중단촉구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10.12./뉴스1 ⓒ News1 이길표 기자

중앙정치권에서 시작된 세종역 신설 논란이 다시 지역을 엄습하고 있지만 충북의 스피커 역할을 해야 할 이시종 지사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지사의 침묵 이유에 대해 이해찬 당대표와의 불편(?)했던 과거 경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역 신설 논란이 한창이던 2018년 10월 이 지사는 민주당과 충북도와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 대표에게 '세종역 신설 논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이 지사는 도리어 이 대표에게 '충북만 반대하고 있다'며 핀잔 아닌 핀잔만 들어야 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 탓인지 지금의 논란을 대하는 충북도의 대응도 사뭇 온도차를 보인다.

이전까지만 해도 세종시의 역 신설 추진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대응해 온 충북도는 최근 이춘희 시장의 발언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이 지사 역시 이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는다.

집권여당 당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향한 쓴소리가 터져 나온다.

상대가 당대표라 할지라도 명색이 민선 1~3기 충주시장, 17‧18대 국회의원, 3선 연임 충북도지사 등 ‘8전8승 불패’를 자랑하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정치적 의도가 섞인 문제에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정가 한 인사는 "충북은 말로만 충청권 공조이지 이해관계가 상충될 때마다 양보만 해왔는 데 세종역 신설 논란 또한 여당 내부에서 자꾸 제기되는 만큼 소속 당 도지사이자 중진으로서 이 지사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침묵으로 일관하며 상황이 지나기만 기다리며 잠시 덮고 가는 식의 대응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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