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직 잃는 것 두렵지 않아…여론조사 의뢰 단연코 없어"

항소심 최후진술서 결백 호소…"'깨끗한 정치' 오염될까 두렵다"
"'오세훈법' 서울시장 5선보다 명예로워"…명태균 못 끊어낸 건 "불찰"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10.2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저는 제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항소심 마지막 진술에서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고 결백을 호소했다.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며 내세웠던 '깨끗한 정치'를 꺼내 들며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 대납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명태균 씨를 처음부터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 데 대해서는 "모두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은 2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저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인, 깨끗한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코 지켜내기 쉽지 않은 신념을 가지고 정치에 입문했다"고 말했다.

초선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 수수를 투명하게 하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섰고, 그 결과물이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깨끗한 정치를 만들어 보겠다는 저의 뜻을 높이 평가해 국민이 붙여준 자랑스러운 이 이름을 서울시장 5선보다 더 명예롭게 생각한다"며 "그런 제가 저의 후원자라고 하는 사람에게 저를 위한 비용을 대납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제가 지켜온 정치적 신념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명 씨에게 별도 조사를 의뢰했다는 특검 측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저나 저의 선거캠프에서는 특정 여론조사에서 유리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일희일비하지 않았다"며 "제가 흔들리면 캠프도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가 출마 선언 직후인 선거 초반이었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의 선거 판세와 민심의 향방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여론조사 결과의 유불리함이 크게 유의미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한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제가 지방에서 갓 올라온 명태균에게 속아 여론조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특검의 프레임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명태균 씨 2026.8.28 ⓒ 뉴스1 박정호 기자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을 통해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사'를 자처하며 접근했지만, 오 시장은 "명태균을 신뢰할 만한 사람이 아님을 알아보았다"고 했다.

이어 "강철원에게 그를 넘긴 것은 알아서 정리 여부를 결정하라는 의미였고, 그 이후 명태균의 존재나 의미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며 "선거 이후 단 한 차례도 전화를 포함한 가벼운 소통조차 없었음이 이를 반증한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명 씨와 김한정 씨의 통화 녹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명태균이 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대화를 들어보면 제가 당시 명태균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특검이 제가 의뢰했다고 주장하는 그 여론조사를 사전에 논의한 적도, 그 결과를 받아 저의 선거에 활용한 적도 단연코 없다"며 "저의 캠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지급하도록 요청했다는 것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혐의를 부인하던 오 시장은 후반부에는 명 씨와의 관계를 초기에 정리하지 못한 자신의 처신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명태균에 대해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때 즉시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계속 접근할 여지를 줌으로써 이렇게 법정에까지 서는 모습을 보여드린 데 대해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처신을 완벽하게 해야 할 공인으로서 우유부단한 부족함이 모함의 여지를 주게 됐고, 결국 많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모두 제 불찰이다. 죄송하다"고 했다.

최후변론의 마지막에는 "저는 제 자리를 잃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시장직을 언급했다.

그는 "제가 두려운 것은 이 정치불신의 암울한 시대에 저조차 국민이 믿어주신 고결한 정치, 고통스럽게 원칙을 지켜온 정치가 일개 정치 브로커의 증오심과 적개심 때문에 오염돼 국민을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번영'과 '시민들의 삶의 질'이라는 제게 부여된 소명이 증오심과 조작된 정황 때문에 멈추어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오 시장은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는다"며 "증오가 진실을 이길 수 없고 조작된 정황이 사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사법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바로 이 법정에서 증명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디 진실에 기초한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최후변론을 마쳤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