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사망·실종 절반은 '산사태' 피해…10년간 75명
풍수해 전체로도 산사태 42.7%…산사태 피해 88% 호우 때 발생
거제 아파트 인근 위험지도 '1등급'…우면산·거제서 주거지 피해 반복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최근 10년간 집중호우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 절반가량은 산사태 피해자로 나타났다. 17일 경남 거제에서도 기록적인 폭우에 산사태가 발생해 아파트를 덮치면서 사망자가 생겼다. 산지와 맞닿은 주거지역이 특히 산사태 피해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10년(2016~2025년) 인명피해 세부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호우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모두 160명이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산사태가 75명으로 전체의 46.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실종자 2명 중 1명 가까이가 산사태로 피해를 봤다.
하천재해가 53명(33.1%)으로 뒤를 이었고 지하공간 침수 28명(17.5%), 기타 4명(2.5%) 순이었다.
태풍까지 포함한 풍수해 전체에서도 산사태가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다. 최근 10년간 태풍과 호우에 따른 사망·실종자는 199명이다. 이중 산사태가 85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하천재해 64명(32.2%), 지하공간 침수 37명(18.6%), 기타 13명(6.5%) 순으로 뒤를 이었다.
산사태 인명피해는 호우 때 집중됐다. 전체 산사태 사망·실종자 85명 중 75명(88.2%)이 호우 때 발생했다. 태풍에 따른 산사태 피해는 10명이었다.
연도별로도 큰비가 집중된 해에 산사태 인명피해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풍수해 사망·실종자 25명에서 17명(68%)이 산사태로 피해를 봤다. 2023년에는 전체 53명 중 29명, 2020년에는 46명 중 21명이 산사태 피해자였다.
이날 새벽 거제시 옥포동에서는 집중호우로 발생한 산사태가 아파트 1층을 덮쳐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구조됐다. 거제에는 광복절 연휴 기간 800㎜ 안팎의 기록적인 비가 쏟아졌다.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을 보면 피해가 발생한 삼도로얄맨션 인근 산지는 산사태위험지도상 1등급 지역으로 표시된다.
산사태위험지도는 전국의 산사태 발생 위험을 100㎡ 격자 단위로 분석해 1~5등급으로 보여준다. 1등급은 산사태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음', 5등급은 '매우 낮음'에 해당한다.
다만 산사태위험지도에서 1등급으로 나타나는 것과 법정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되는 것은 별개다. 산사태취약지역은 기초조사와 실태조사, 지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지정·관리한다.
이번 산사태 발생 사면이 산사태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는지, 과거 실태조사나 안전점검 대상에 포함됐는지 등은 향후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도 생활권 주변 산사태 위험을 주요 풍수해 위험요인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정부가 관리하는 산사태·하천재해·지하공간 침수 등 인명피해우려지역은 전국 9412개소로 지난해보다 448개소 늘었다. 생활권 주변 산사태취약지역도 3만4000여개소로 확대 지정하고 급경사지 등 위험요인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산사태가 산 아래 주거지를 직접 덮친 사고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집중호우로 발생한 2011년 7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때는 토석류가 산 아래 아파트 및 주택가로 쏟아지면서 16명이 숨지고 51명이 다쳤다. 당시 피해지역 중 래미안아파트에서 3명, 임광아파트에서 2명이 숨진 것으로 서울시의 후속 조사에서 파악됐다.
거제에서도 아파트를 위협한 산사태가 여러 차례 발생했다. 2020년 9월 태풍 하이선 당시 거제시 문동동의 한 아파트 앞 절개지가 무너지면서 수백 톤(t)의 토사가 주차 차량과 아파트 현관 앞까지 밀려들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 9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2016년에도 거제시 사등면의 아파트 뒷산 절토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106가구 주민 290여명이 대피하는 일이 있었다.
정부는 올해 여름철 자연재난 대책에서 산사태를 하천재해, 지하공간 침수와 함께 3대 집중 안전관리 유형으로 정하고 위험 징후가 발견되면 일몰 전 주민을 사전 대피시키는 등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근 10년간 호우 인명피해의 절반가량이 산사태에서 발생한 만큼 산사태위험지도상 고위험 지역 가운데 아파트와 주택 등 생활권에 맞닿은 지역이 실제 취약지역 지정과 점검·대피 관리체계에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과제로 꼽힌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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