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뙤약볕서 택시 기다리던 어르신"…'120' 전화 한 통이 바꿨다
서울시, 앱 설치 없이 120 전화로 '동행 온다 콜택시' 호출
빈 택시 기다리는 시간 줄여 온열질환 위험 낮춰…고령층 이용 확대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고령층에게 외출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 됐다. 병원 진료나 장 보기를 위해 집을 나섰다가 뙤약볕 아래에서 빈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온열질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는 택시를 부를 수 있지만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폭염 속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걷는 시간이 아니라 뙤약볕 아래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일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이동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120다산콜센터'와 연계한 '동행 온다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120으로 전화해 출발지와 목적지만 말하면 주변 택시를 배차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능력이 이동의 조건이 되지 않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기존 전용번호(1855-0120) 대신 시민들에게 익숙한 120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복잡한 번호를 따로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상담원 연결 이후 목적지만 말하면 호출할 수 있어 고령층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
특히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야외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서울연구원의 '2024년 택시 이용 시민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40대는 60% 이상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지만, 60대 이상은 80%가 길에서 운행 중인 택시를 잡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도 차이가 컸다. 앱 호출 이용자는 67.1%가 5분 안에 택시에 탔고, 98.2%는 10분 이내 승차했다. 반면 길에서 빈 택시를 기다린 경우 5분 안에 탑승한 비율은 48.8%에 그쳤고, 10분 이상 기다린 경우도 7.6%였다.
평소에는 단순한 불편일 수 있지만,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된다.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은 짧은 시간의 야외 대기도 온열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동행 온다 콜택시'는 병원 진료나 복지관 이용, 장보기처럼 일상적인 이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0으로 전화하면 전용 콜센터로 연결되고, 출발지와 목적지를 확인한 뒤 주변 차량을 배차한다. 호출료는 무료다.
배차 속도도 빠른 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이용자가 목적지를 말한 뒤 배차가 완료되기까지 평균 1~1분 30초 정도 걸렸다. 배차가 완료되면 차량 위치와 차량번호, 기사 연락처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전송된다.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병원 진료를 갈 때 앱 사용 때문에 가족 도움을 받아야 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전화 한 통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고, 한여름 길가에서 빈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지털 격차가 이동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줄여준 셈이다.
이용 실적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동행 온다 콜택시'의 월간 운행 완료 건수는 첫 달 909건에서 올해 6월 7617건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120 연계 이후에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달 운행 완료 건수는 1만968건으로 전월보다 약 44% 늘며 처음으로 월 1만 건을 넘어섰다. '120' 세 자리가 폭염 속 어르신들의 이동 안전망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시민 누구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이동에서 소외돼서는 안 된다"며 "어르신들이 복잡한 전화번호나 스마트폰 앱 때문에 길에서 택시를 기다리지 않도록, 누구나 알고 있는 120을 가장 쉽고 편리한 이동복지 창구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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