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규제 풀렸다지만 500m 남아"…동해안 최북단, '절반의 해제' 아쉬움

국방부, 용촌통신부대 주변 제한보호구역 반경 2㎞→500m 축소
주민들 "토지이음엔 여전히 제한보호구역…체감 변화 지켜봐야"

국방부는 강원 고성군과 속초시, 경기 평택시와 고양시, 서울 용산구 등 전국 10개 지역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과 비행안전구역 약 2916만㎡를 해제·완화한다고 21일 밝혔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강원 고성=뉴스1) 윤왕근 기자 = 국방부가 강원 고성·속초 일대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대폭 완화했지만, 정작 군 통신부대가 자리한 동해안 최북단 마을 주민들은 "절반의 해제"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고성군 토성면 용촌리 군 통신시설 주변 제한보호구역을 기존 반경 2㎞에서 500m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속초 장사·영랑권과 고성 일부 지역 등 총 639만㎡가 35년 만에 군사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지만 군 통신부대가 위치한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는 여전히 반경 500m 제한보호구역에 포함되면서 주민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엄계록 용촌1리 이장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국방부와 지역구 의원실 등에선 군 통신시설의 전파 보호를 위한 앙각(仰角) 제한이 사실상 해소돼 도시계획 수준의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며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토지이음에도 여전히 제한보호구역으로 표시돼 있어 체감상 규제가 완전히 풀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촌1리는 행정구역상 고성군이지만 생활권은 속초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군사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서 인근 봉포리와 속초 북부권이 개발되는 동안 사실상 개발에서 소외돼 왔다.

엄 이장은 "속초와 가장 가까운 마을인데도 행정 업무를 보려면 간성까지 가야 한다"며 "봉포리는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우리 마을은 도시계획조차 제대로 세워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건축은 물론 일상적인 경제활동에서도 제약을 받았다고 입을 모은다.

엄 이장은 "마트가 들어오려고 해도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군 통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2층 옥상에 구조물을 설치하려고 하면 군인들이 직접 내려와 확인하고 실랑이를 벌인 적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군 통신 시설로 35년 간 건축물 신·증축에 제한을 받아온 강원 속초시 장사동 전경. 21일 국방부의 군사시설 규제 완화 발표로, 장사동 주민들은 35년 숙원을 해결하게 됐지만, 인접한 고성군 토성면 용촌1리는 500m제한구역이 남으면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속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7.21/뉴스1

관광 인프라 격차 역시 주민들의 박탈감을 키웠다.

그는 "속초 장사동까지 이어진 해안도로(국도 7호선과 별개)가 우리 마을에선 끊겼다가 봉포리부터 이어져 있다"며 "밤이면 컴컴하고 해안도로 하나 없이 35년을 버텨왔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군사 규제 해소의 첫걸음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엄 이장은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행정과 정치권이 힘을 모아 남은 500m 제한도 단계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4일 이양수 의원이 의정보고 차 고성을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남은 규제 문제를 직접 건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지역구 이양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속초·인제·고성·양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보호구역 해제는 오랜 세월 재산권 침해와 개발 소외를 견뎠던 주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규제가 풀린 지역이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wgjh654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