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만 되면 법정으로…민선 동해시장 전원 '사법처리 잔혹사'(종합)
민선 9기 출범 하루 앞두고…심규언 징역 9년6월 선고
김인기·김진동·김학기 이어…뇌물수수·선거법·정치자금법 등
- 윤왕근 기자
(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권한대행을 포함해 14년간 강원 동해시정을 이끌었던 심규언 전 시장이 결국 뇌물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고 철창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3선 시장으로 지역 개발과 굵직한 현안을 이끌었던 그는 시민들의 박수 대신 "동해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법원의 준엄한 질책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한 전직 시장의 유·무죄를 넘어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반복돼 온 동해시의 '시장 사법 잔혹사'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병주)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전 시장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12억 원, 추징금 60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심 전 시장이 러시아 대게마을 조성사업과 관련해 선거자금 명목의 금품을 받고, 시멘트업체에 각종 행정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방물류진흥원에 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제공하게 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직 시장의 막중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뇌물 범죄를 저질렀다"며 "직무집행의 투명성과 동해시 행정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수의 동해시민은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피고인의 청렴성과 도덕성을 기대하고 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3선 연임의 기회를 부여한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심 전 시장은 김학기 전 시장이 구속된 뒤 권한대행을 맡아 시정을 이끌었고, 이후 민선 6·7·8기 시장에 잇따라 당선됐다. 행정 연속성을 회복하고 시정을 안정시킬 적임자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자신 역시 뇌물 혐의로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이번 판결로 동해시는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역대 민선 시장 4명이 모두 처벌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민선 1·2기 김인기 전 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2000년 구속돼 시장직을 상실했고, 민선 3기 김진동 전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006년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 원이 확정돼 직을 잃었다. 이어 민선 4·5기 김학기 전 시장도 기업체 뇌물수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되며 시장직을 상실했다.
김인기·김학기 시장은 형제 관계이기도 하다.
특히 김학기 전 시장의 구속으로 시정 공백이 발생했을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심 전 시장마저 같은 사법 리스크를 피하지 못하면서, 동해시는 다시 한번 행정 신뢰의 시험대에 서게 됐다.
이 같은 악순환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한이 집중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사결정 구조와 민간 개발사업, 기업 인허가 과정에서 투명성과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동해시는 민선 이후 시장 구속과 시장직 상실, 권한대행 체제를 반복하며 적지 않은 행정 공백을 겪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렸고,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에도 적잖은 상처가 남았다.
심 전 시장 측은 판결 직후 "특정인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판단"이라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심 전 시장의 형사 책임은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다만 이번 1심 판결은 동해시가 수십 년간 반복해 온 '시장 사법 리스크'의 고리를 끊기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판결은 민선 9기 출범을 하루 앞두고 내려졌다.
동해시민들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14년간 이어진 보수 시정을 마무리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정학 당선인을 선택했다.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평가받는 동해에서 국민의힘 김기하 후보를 꺾고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것은 지역 정치권에서도 적잖은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이정학 당선인은 '새로운 동해, 시민과 함께 여는 미래'를 민선 9기 시정 구호로 내걸며 행정 쇄신을 약속했다.
민선 이후 4차례 연속 시장이 처벌되는 불명예를 겪은 동해시는 이제 다섯 번째 민선 시장 체제를 맞는다. 반복된 사법 리스크와 행정 공백의 악순환을 끊고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민선 9기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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