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주민 덮친 불길, 신변 비관이 부른 참사였다 [사건의 재구성]
중과실치사죄…1심, 금고 7년 6개월→2심, 금고 5년
재판부 "혐의 중 가장 무거운 범죄로 처벌"
- 강교현 기자
(전주=뉴스1) 강교현 기자 = 지난해 4월 29일 낮 12시 40분께 전북 전주시 완산구에 위치한 빌라촌 일대가 검은 연기와 불길로 뒤덮였다.
한 빌라 1층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은 주변 차량을 삼켰고 건물까지 번졌다. 불길이 번지자 신고가 잇따랐다. 출동한 소방차 등 장비가 빌라촌의 좁은 골목을 가득 메웠다.
한낮 평화롭던 빌라촌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불을 낸 사람은 이 빌라 거주자 A 씨(31)였다.
법원 등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이혼과 과다한 개인 채무, 개인회생 절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왔고, 우울증까지 앓아왔다.
A 씨는 주기적인 치료와 약물 복용이 필요함에도 정해진 진료 날짜에 병원을 찾지 않았다. 또 담당 의사의 입원 치료 권유도 거부해 왔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A 씨는 극심한 신변 비관 상태에 빠지게 됐다.
결국 A 씨는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불을 피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차 안을 가득 채운 열기와 연기에 깼다. 불길은 이미 차 내부로 번져 있었다.
A 씨는 차 밖으로 나와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거나, 차 문을 닫아 불길 확산을 막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결국 불길은 빠르게 커졌고, 주변 차와 구조물로 옮겨붙었다. 이어 화염과 연기는 건물을 삼켰다.
불은 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약 40분 만에 진화됐다. 하지만 화재를 피해 탈출하던 건물 2층 거주 40대 여성 B 씨가 전신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다른 주민 6명도 연기를 들이마시는 등 피해를 보았다.
이 화재로 차 8대와 건물 일부(609㎡)가 그을리는 등 소방서 추산 1억 1060만 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결국 A 씨는 중실화와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법정에 선 A 씨는 "죽으려는 마음에 차 안에서 불을 피웠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번개탄을 사용해 차량과 건물에 큰 화재를 일으켰다. 불을 낸 이후에도 불을 끄려는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됐고 이로 인해 1명이 사망하는 등 다수의 피해자가 상해와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 혐의가 '실체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판단, 법정 상한인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다. 실체적 경합은 여러 행위로 인해 여러 죄가 성립하는 경우로, 각 죄에 대해 합산해 처벌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이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기된 여러 공소사실 중 가장 무거운 혐의를 적용해 형을 결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중과실로 불을 낸 경우 사망과 상해, 재산 피해가 동시에 발생했더라도 가장 중한 죄명으로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원심은 범죄 상호관계를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피고인에게 가장 무거운 죄인 중과실치사죄를 적용하고 법정 최고 형량인 금고 5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kyohyun2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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