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상어 '부캉이' 있다면 제주엔 돌고래 '원담이' 있다"

2016~2019년 돌담 어로 들어와 최장 25일간 머물기도
2019년 이후 모습 감춰…제주 바다 누비는 것으로 추정

제주 남방큰돌고래. (자료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최근 부산 북항에 나타난 무태상어 '부캉이'가 화제를 모으면서 제주 앞바다에 서식하며 전통 어로 시설을 반복해서 찾는 남방큰돌고래 얘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8년 9월 4일 제주시 구좌읍 세화읍 행원리 광어양식장 주변 해안가 '원담' 안에 돌고래 한 마리가 고립됐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원담은 도민들이 과거 해안가의 밀물과 썰물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으려고 해안에 돌담을 둘러쌓아 만든 어로 시설이다. 도내 곳곳에 분포해 있지만 현재는 이용되지 않는다.

신고된 돌고래는 크기 2.5m의 수컷이며 나이는 20세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 돌고래는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원담 안에 갇혔다기보다는 태연히 먹이 활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돌고래가 이곳을 찾은 건 처음이 아니었다.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김병엽 교수에 따르면 해당 돌고래는 2007년 처음 관측됐으며 개체번호는 41번이다.

이 돌고래는 2018년 이전에도 2016년 1차례(9월), 2017년 3차례(3·9·11월) 원담에 들어온 모습이 포착됐다. 전문가들은 이 돌고래에게 '원담이', '담이' 등의 별명도 붙였다.

2018년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원담에 나타난 돌고래.(제주해양경찰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당시 원담이의 행적은 이화여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일본 교토대 야생동물연구센터,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등이 참여한 논문(2022년)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연구진은 2015년부터 행원리 양식장 주변에서 여러 마리의 남방큰돌고래를 조사했다. 2015년에는 만조 때 원담 내부가 완전히 물에 잠기면 돌고래 무리가 원담 주변이나 안쪽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관찰됐다.

원담이는 2016년부터는 원담 안에 혼자 머물렀다. 최소 하루, 길게는 열흘 넘게 머물기도 했다. 2017년에는 10월 24일부터 11월 18일까지 무려 25일간 체류했다.

돌고래들이 원담을 찾는 이유는 먹이다. 행원리 원담 주변에는 넙치 양식장들이 있는데 여기서 배출된 사료 등을 먹으려고 물고기들이 모인다. 돌고래에게는 이곳이 '물고기 뷔페'인 셈이다.

연구진은 "돌고래는 먹잇감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서식지를 지속해서 이용하는 성향도 강하다"며 "원담 안에서는 먹잇감을 몰아붙여 잡을 수 있고 물고기들이 숨을 곳이 적다"고 했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자료사진으로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원담이'가 2019년 이후 행원리 원담에서 관측됐다는 기록은 없지만, 여전히 생존해 제주 바다를 누비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대신 최근 몇 년간 '원담이'의 동료들이 원담을 찾았다.

지난달 23일 오후 1시 15분쯤 원담에 남방큰돌고래 1마리가 나타났고 뒤이어 3~4마리가 동참했다. 당시 원담을 찾은 돌고래 중에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다가 2013년 고향 제주 바다로 방류된 '제돌이'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16일에도 원담에서 돌고래 1마리가 목격됐으나 '원담이'는 아니었다.

돌고래들의 귀환이 반가운 소식이기는 하지만 원담은 돌고래에게 안전한 장소만은 아니다.

원담 돌고래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원담은 양식장 배출수에 남은 사료와 항생제 등 화학물질이 포함될 수 있고 사람이 접근하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으며 낚시도구에 얽히거나 이를 삼킬 위험도 있다"고 했다.

연구진은 "돌고래가 원담에 머무는 동안 사람의 접근을 제한하고 양식장 배출수의 수질을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