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학생이 성추행, 1년간 홀로 싸워"…교권보호위의 '민낯'
교보위·경찰 외면했지만 검찰 수사로 '소년보호처분' 확정
교보위, 교사 적고 법리 검토 없이 다수결…불복절차도 전무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자로부터 성추행과 폭행 피해를 본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의 무력함을 폭로하며 구제를 호소했다.
제주시의 한 고등학교 소속 40대 교사 A 씨는 11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제주교사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5월 학생 B 군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A 씨는 "스승의 날인 지난해 5월 15일 야외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교실에 혼자 남아 휴대전화를 하던 학생 B 군을 지도하다 교무실의 다른 교사에게 인계했다"며 "다음날 B 군은 '공개적인 공간에서 자신을 지도한 것이 명예 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B 군은 대화해 보려던 저를 복도로 불러내 껴안으려고 하고, 뒷걸음치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저를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B 군은 A 씨의 고소로 강제추행 미수 혐의, 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다만 현재 B 군은 정상 등교 중이다. 보호처분 결과는 원칙적으로 학교에 통보되지 않고, 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A 씨는 범죄 피해자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홀로 싸워야만 했다. CCTV 영상, 목격자 진술서 등 사실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제주동부경찰서가 잇따라 범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서다.
특히 지역교권보호위의 판단은 A 씨를 더욱 무력하게 했다. 지역교권보호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상 교육장에게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학급 교체, 전학·퇴학 처분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공식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A 씨는 이번 지역교권보호위의 판단 과정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A 씨는 교원지위법 개정 전이었던 탓에 교사 위원 비율이 전체의 7%(현재 20%)에 불과했던 점, 법리 검토 절차 없이 위원들 개인 판단에 의존해 하루 만에 심의가 마무리된 점, 단 1명의 차이로 결정적인 점수 차이를 내 버린 단순 다수결식 점수 산정, 위원들의 법률적 소양과 성 인지 감수성 부재, 불복 절차 부재 등을 지적했다.
A 씨는 "정보공개 청구로 회의록을 봤는데 위원 7명 중 단 1명만 범죄 성립 가능성을 지적했다"며 "심지어 '남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 신체 접촉이 빈번해, 스치기만 해도 신고할 수 있는 판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무런 제지 없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와 제주교사노조는 재발 방지책으로 △교사 위원 비율 40% 이상 확대 △법리 검토 절차 의무화 △피해 교사 법적 조력 보장 △즉시 분리 의무 이행 강제 △불복 절차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휴직 중인 A 씨는 "'교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개인적인 고뇌의 시간은 더 길어질 것 같다"며 "교사들이 홀로 1년을 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도 "같은 행위에 대한 두 기구의 판단이 1년의 시차를 두고 정반대로 갈렸고, 그 1년의 무게는 온전히 피해 교사 한 사람이 짊어졌다"며 "교육 당국은 교권보호위가 실질적으로 교원의 교육활동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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