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 학생이 성추행, 1년간 홀로 싸워"…교권보호위의 '민낯'

교보위·경찰 외면했지만 검찰 수사로 '소년보호처분' 확정
교보위, 교사 적고 법리 검토 없이 다수결…불복절차도 전무

11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교사 기자회견 현장.2026.5.11./뉴스1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자로부터 성추행과 폭행 피해를 본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의 무력함을 폭로하며 구제를 호소했다.

제주시의 한 고등학교 소속 40대 교사 A 씨는 11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 제주교사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제주교사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5월 학생 B 군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다.

A 씨는 "스승의 날인 지난해 5월 15일 야외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교실에 혼자 남아 휴대전화를 하던 학생 B 군을 지도하다 교무실의 다른 교사에게 인계했다"며 "다음날 B 군은 '공개적인 공간에서 자신을 지도한 것이 명예 훼손이자 2차 가해'라며 저를 고소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B 군은 대화해 보려던 저를 복도로 불러내 껴안으려고 하고, 뒷걸음치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저를 움직이지 못하게 팔을 강하게 잡아당겼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B 군은 A 씨의 고소로 강제추행 미수 혐의, 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을 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 없이 확정됐다. 다만 현재 B 군은 정상 등교 중이다. 보호처분 결과는 원칙적으로 학교에 통보되지 않고, 생활기록부에도 기재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A 씨는 범죄 피해자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홀로 싸워야만 했다. CCTV 영상, 목격자 진술서 등 사실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제주동부경찰서가 잇따라 범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서다.

특히 지역교권보호위의 판단은 A 씨를 더욱 무력하게 했다. 지역교권보호위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상 교육장에게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학급 교체, 전학·퇴학 처분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공식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기구다.

지난해 3월26일 제주시 라마다시티제주홀에서 열린 2025학년도 제1회 제주시교육지원청 지역교권보호위원회 전체회의.(제주시교육지원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A 씨는 이번 지역교권보호위의 판단 과정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고 비판했다.

A 씨는 교원지위법 개정 전이었던 탓에 교사 위원 비율이 전체의 7%(현재 20%)에 불과했던 점, 법리 검토 절차 없이 위원들 개인 판단에 의존해 하루 만에 심의가 마무리된 점, 단 1명의 차이로 결정적인 점수 차이를 내 버린 단순 다수결식 점수 산정, 위원들의 법률적 소양과 성 인지 감수성 부재, 불복 절차 부재 등을 지적했다.

A 씨는 "정보공개 청구로 회의록을 봤는데 위원 7명 중 단 1명만 범죄 성립 가능성을 지적했다"며 "심지어 '남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 간 신체 접촉이 빈번해, 스치기만 해도 신고할 수 있는 판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아무런 제지 없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A 씨와 제주교사노조는 재발 방지책으로 △교사 위원 비율 40% 이상 확대 △법리 검토 절차 의무화 △피해 교사 법적 조력 보장 △즉시 분리 의무 이행 강제 △불복 절차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휴직 중인 A 씨는 "'교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개인적인 고뇌의 시간은 더 길어질 것 같다"며 "교사들이 홀로 1년을 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정우 제주교사노조 위원장도 "같은 행위에 대한 두 기구의 판단이 1년의 시차를 두고 정반대로 갈렸고, 그 1년의 무게는 온전히 피해 교사 한 사람이 짊어졌다"며 "교육 당국은 교권보호위가 실질적으로 교원의 교육활동과 인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