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늘 지키는 '한라레이더'…3중 감시체계로 항공안전 강화
국내 최초 3D 감시레이더 도입…고지대 설치로 음영지역 해소
해발 1138m 고지대서 하루 1000여 편 항공기 실시간 감시
- 정진욱 기자
(제주=뉴스1) 정진욱 기자 = 굽이진 도로를 따라 한라산 중턱을 넘어서자 낯선 구조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군부대도, 통신 기지도 아닌 이 시설은 해발 1138m 고지에 자리 잡은 '한라레이더'다.
15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항공교통본부는 지난해 12월 총 176억 원을 투입해 이 레이더 기지를 개소했다. 기존 동광레이더(해발 347m)는 고도가 낮아 지구 곡률로 인한 감시 음영지역이 발생했지만, 공사는 해발 1100m 이상의 고지대 설치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철문을 지나 경사로를 오르자 거대한 하얀 돔 형태의 레이더가 하늘을 향해 굳건히 서 있다. 내부에서는 1차 감시레이더(PSR), 2차 감시레이더(SSR), 자동종속감시 시스템(ADS-B)이 쉴 새 없이 작동하며 공역 내 항공기를 실시간 감시한다.
고철승 제주항공무선표지소 소장은 "이곳은 단순 감시소가 아니라 생명줄을 쥐고 있는 시설"이라며 "기존 동광레이더는 감시 사각이 있었지만 한라레이더는 그 사각을 없앴고 조종사나 관제사가 놓칠 수 있는 상황을 선제적으로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한라레이더에 설치한 PSR은 국내 최초로 고도까지 탐지 가능한 3차원 감시레이더다. SSR은 항공기의 응답신호를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ADS-B는 위성 정보에 기반한 항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 세 시스템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며 1초 단위로 제주남단 공역을 오가는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를 포착한다.
레이더는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누적 감시 항공편 수는 약 54만 편에 달한다. 미주, 유럽, 동남아, 중동 등으로 향하는 항공편들이 모두 이 상공을 지나며 '한라의 눈'을 통과하는 것이다.
고지대에 위치한 한라레이더는 전국 항공 관제망과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항공이동통신시설과 데이터링크 장비가 이를 가능하게 하며, 관제사와 조종사 간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을 안정적으로 지원한다.
고 소장은 "한라레이더는 제주를 거점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미주, 중동까지 잇는 국제 항공 흐름의 허브"라며 "대한민국 하늘길의 안전망이자, 항공교통 감시 체계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남단 공역은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동 등으로 향하는 항공로(Y711, Y722, B576)와 중국과 일본 간 운항하는 항공로(A593, Y590)가 교차하는 복잡한 공역이다. 이 항공로로 하루 평균 약 1000여편의 항공기가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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