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된 생활에 염증"…군인이 시민 상대로 흉기난동[사건의 재구성]
20대 상병 대검으로 민간인 위협…차량 강취해 군무 이탈 시도
법원 "민간인 대상 범행으로 매우 중대 범죄" 징역 3년6월 선고
- 양희문 기자
(파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군 생활에 염증을 느껴서…."
2023년 10월 27일 육군이 발칵 뒤집어졌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군인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흉기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당시 신림역 칼부림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잇따랐는데, 이 사건은 범인이 현역 군인이란 점에서 국민이 받은 충격이 더 컸다.
해당 사건은 경기 파주시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육군 모 부대는 호국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그때 A 상병이 타고 있던 장갑차에서 뛰어내려 갓길에 서 있던 50대 여성 B 씨에게 달려갔다.
이어 B 씨를 넘어뜨린 뒤 목에 군용대검을 들이밀며 "차 키를 내놓아라"고 협박했다.
겁에 질린 B 씨가 "살려 달라. 차 키가 없다"고 애원하자, A 상병은 다른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건 50대 여성 C 씨가 몰던 승용차였다.
A 상병은 곧바로 C 씨 차 운전석 창문을 두드리며 차량을 강취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C 씨가 가속페달을 밟아 도망쳐 미수에 그쳤다.
A 상병은 포기하지 않고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승용차에 접근해 동일 수법으로 범행을 벌였지만, 같은 소속 중사에 의해 붙잡혔다.
다행히 범행에 사용된 군용대검은 날카롭지 않아 시민들이 큰 부상을 입는 사태는 면했다.
조사 결과, A 상병은 평소 통제된 군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군무를 이탈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마침 범행 당일, 한 간부가 어떠한 일로 자신에게 질책하자 그는 차량을 강취해 군대를 벗어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실행했다.
결국 A 상병은 군용물절도, 강도치상, 특수강도미수, 군무이탈, 특수협박 등 5개 혐의로 구속돼 제2지역 군사법원에 넘겨졌다.
군사법정에 선 A 상병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심신미약이란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로, 형법상 형량 감경 사유다.
실제 A 상병은 정서 불안정성 성격장애를 앓고 있었다.
그러나 군사법원은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A 상병이 심신건재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판단,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군인인 피고인이 민간인들을 상대로 대검을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중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이 언론에 보도됨으로 인해 군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 점도 불리한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가 무겁지 않은 점, 일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형사처벌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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