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붕괴사고' 전도방지시설 8종 임의제거·부실설치…예견된 '인재'(종합)
빔런처 후방 이동 작업도 발걸음 수로 거리 계산 '눈대중'
입건자 총 9명…현대엔지니어링 소장 등 5명 구속영장
- 유재규 기자
(수원=뉴스1) 유재규 기자 =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장 제9공구 교각 상판 붕괴 사고'는 시공에 필요한 전도방지시설 8개를 임의로 제거하거나 부실하게 설치해 예견된 '인재(人災) 사고' 였음을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수사전담팀은 8일 '안성 청용천교 붕괴 사고'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청용천교 구간인 천안-안성 9공구에 대한 시공계획서를 공개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교량에 'DR거더'라는, 교량 건설에 신기술로 지정된 공법을 적용했다. 거더의 전도를 막기 위해서는 △가로보 철근 △스크류잭 △지지목 △와이어로프 △서포트 △전도방지철근 △쐐기목 △버팀목 등 총 8개 전도방지시설로 구성됐다.
전도방지시설은 교량에 영구히 결속되는 영구시설물은 아니다. 가로보 철근 콘크리트까지 시공하게 되면 없애는 임시 시설물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사고로 입건된 피의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가로보 철근을 제외한 다른 전도방지시설을 없앨 수 있다는 근거 없는 판단에 대부분 시설을 제거했다. 가로보 철근 개수도 부실한 수준에 불과했다. 와이어로프는 철근으로 용접할 때 지지목이 작업에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로 없앴다.
경찰 관계자는 "전도방지시설이 전부 설치됐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국토교통부의 모의실험도 진행됐다"며 "전도방지시설을 해체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사비 절감의 이유가 아닌, 피의자들의 근거 없는 판단에 임의로 제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크루잭만 있어서도 안 되지만 스크루잭만 제대로 설치됐다면 적어도 거더가 전도돼 붕괴 사고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스크루잭은 교량의 유지보수, 보강 또는 교체 작업시 하중을 지지하거나 조정하는데 사용되는 장비다.
사고 당시, 스크루잭 84개 중에 72개가 불규칙적으로 철거됐는데 경찰은 하청업체인 장헌산업이 이를 제거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은 부실한 전도방지시설 속 거더의 인양·설치 장비인 '빔런처'가 후방 이동(백런칭)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횡하중 때문인 것으로 좁혀졌다.
빔런처 매뉴얼을 보면 전진 이동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 백런칭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백런칭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활용된 공사 기법으로 알려졌다. 백런칭은 공사 기간(공기)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는 반면, 전진 이동은 공기가 길다.
입건된 피의자들은 안전계획에 대한 설계도 없이 발걸음 수로 계산하는 등 거리 조정을 '눈대중'으로 해 후방 지지대를 이동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또 붕괴된 교각의 거더는 고공의 높은 구조물에 해당돼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넘어질 수 있는데 당시 강풍으로 결국 거더가 전도돼 붕괴 사고 일어났고 심지어 시공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전도방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도방지시설을 모두 없앤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결국 전도방지시설을 모두 없애버린 상황에서 후방 이동마저 안전성 확보 없이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수사 결과다"라며 "시공사나 감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알아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8명,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1명을 각각 형사입건 했다.
이 가운데 장헌산업 현장소장,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 시공사 공사팀장, 발주처 한국도로공사, 도로공사 등 총 5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붕괴 사고는 앞서 지난 2월25일 오전 9시49분께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장 제9공구'에서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현장에선 한국인 7명, 중국인 3명의 작업자 중 한국인과 중국인 각 2명이 이 숨지고 5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들 작업자는 40~6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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