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팹 오기 전 필수의료부터"…인프라 확충 시급

필수의료 전문의 태부족…의료계 "대학병원 거점·인력 확보 병행"
전남대·조선대병원 새병원 지원…필수의료인력 '핀셋 지원'해야

편집자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 원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속도를 내면서 대규모 인구 유입에 대비한 의료 정주여건 확충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뉴스1은 반도체 팹 가동에 앞서 갖춰야 할 필수의료 인프라를 의료계의 제언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광주 군공항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특별시청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반도체 팹이 들어서기 전에 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인프라 부족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 원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전격전을 치르면서 전남광주의 '의료 정주여건 인프라 확충'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의료계에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의료 정주여건 확대와 관련해 기존 대학병원의 새 병원 건립 전폭 지원과 타 지역 대학병원의 분원 유치 등을 검토하되, 중증·응급·분만·소아의료를 담당할 전문인력 확보를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수 의료인력 부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반도체 팹 4기 조성으로 1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정주 수요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윤경철 전남대병원 부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미숙아·다태아 등 소아 전문 의료진이 전남광주에 2명 밖에 없다"면서 "전공 교수들의 나이가 벌써 50대들이다. 필수인력 지원자가 없어 10년 후에는 지역에서 고위험 신생아 분만을 못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 부원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으로 젊은 근로자와 가족이 유입된다면 소아·분만 치료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응급을 포함해 필수의료 인력에 대한 핀셋 지원을 반도체 의료 정주여건의 첫걸음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외상과 심장질환, 소아·분만·감염 등 필수의료는 수익성만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의료진 부족이 고질병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윤 부원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인건비·병원 운영 지원,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부담과 근무환경 개선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았다.

대학병원급 유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정섭 광주의사회장은 "반도체 산단 부지는 광산구와 나주, 함평, 영광, 장성 등 중부권을 아우른다"며 "수요에 따라 1·2차 의료기관은 들어오겠지만, 대규모 인구 유입에 대비하려면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별도의 유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타 지역 대학병원의 분원이나 기존 대학병원의 새병원 건립 지원 등 다양한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 조선대병원이 경기도 파주지역에 신청한 분원을 반도체 클러스터로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전남대학교병원 새 병원 조감도./뉴스1

현재 전남광주지역에서는 기존 상급종합병원들의 대규모 신축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해 4월 '미래형 뉴스마트병원 신축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오는 2031년까지 총사업비 9629억 원을 투입해 1070병상 규모의 새 병원을 건립한다.

주요 진료기능과 수술실, 권역응급센터 등 병원 대부분의 기능을 새병원으로 이전하고, 첨단 교육·연구시설 등의 기능을 새로 담는 계획이다.

특히 중환자실 통합상황실을 구축해 원내와 협진 의료기관 중환자의 생체 징후·응급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는 '원격중환자실 시스템' 등 다양한 의료 IT기술이 도입된다.

또 부족한 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응급실 및 중환자실을 대폭 확충한다.

전남대병원은 예타 통과로 총사업비의 25%를 국비로 지원 받고, 나머지 75%인 7221억 원은 자부담해야 한다.

'의정 갈등' 사태로 인해 전남대병원의 1년 적자가 1000억 원을 넘긴 상황에 병원 경영 안정성이 저해될 경우 신축 사업의 지연과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행정 통합 전부터 제기되면서 국고지원 비율은 최소 50%까지 대폭 상향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 전남대병원의 분원인 빛고을전남대병원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6년 만에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됐다.

조선대병원도 광주 동구 본원의 노후시설을 대체하기 위한 지상 16층, 지하 4층 규모의 새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약 6000억 원으로, 새 병원 700병상과 기존 2·3관 200병상, 감염병전문병원 100병상 등을 합쳐 전체 병상을 1000병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시기는 미정이다.

조선대병원은 이와 별개로 경기도 파주시가 추진하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 종합병원 유치 공모에 500병상 규모의 분원 설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호남 거점 병원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경우 2030년 6월부터 운용되기 시작할 호남권 반도체 팹의 의료 정주여건 확보 시기를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남광주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반 외래진료와 건강검진 수요는 기존 의료체계와 신규 의료기관이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며 "중증외상과 응급·소아·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실제 전문인력의 확보가 중요하다. 현 병원에선 그 인원을 늘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미 인력을 갖춘 대학병원을 유지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국적으로 필수의료 전문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행정인센티브 중 일부를 필수의료 인력 수가에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