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40년 전 댐 만든다 떠났는데…반도체 용수 공급에 또"
화순 동복댐 15m 증축 시 8∼10개 마을 300여 가구 수몰
"호남 반도체 대의 공감하지만"…댐 상류 마을주민들 착잡
- 박영래 기자
(화순=뉴스1) 박영래 기자 = "40년 전 댐 건설로 살던 마을이 수몰돼 이곳으로 옮겨왔는데, 이곳 역시 수몰된다고 하니 착잡할 따름입니다."
28일 오후 전남광주 화순군 백아면 다곡리 하다마을회관. 이 마을 주민이자 화순군의원인 정학철 진보당 의원(54)이 씁쓸한 표정으로 털어놓은 말이다.
동복댐 상류에 자리한 다곡리 1구는 40여 가구, 50여 명의 주민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할 산업용수 확보를 위해 동복댐 증축이 추진되면서, 이 마을은 수몰 위기에 처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기본구상 용역 결과가 9월 말 발표 예정인 가운데, 계획대로 댐 수위가 15m 높아지면 상류 지역인 이서면과 백아면 일대 8~10개 마을, 300여 가구가 수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의원을 비롯한 주민 대다수는 이미 지난 1984년 동복댐 증축공사 당시 고향을 잃고 이곳으로 이주해 40여 년을 살아온 터라 충격이 더욱 크다.
주민들 역시 호남권 반도체 산단 조성이라는 국가적 대의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수십 년간 정들었던 삶의 터전을 다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동복댐 증축은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에 들어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하루 30만 톤의 산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핵심 기반 사업이다. 지난 6월 30일 동복댐 현장을 방문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도 댐 높이를 15m가량 높여 용수 공급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댐 증축은 기존 제방에 콘크리트를 덧씌우는 방식이 아닌, 현 댐 하류 약 200m 지점에 높이 59.7m의 새 댐을 신축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장기간의 공사 중에도 광주시민을 위한 생활용수 공급(일일 25만 톤) 차질을 완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새 댐이 신축되면 동복댐의 총저수용량은 현재 9950만 톤에서 1억 톤 이상 늘어나 총 2억 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댐 증축사업이 본격화하면 주민들의 이주는 불가피해진다.
마을 주민 김필효 씨(77·여)는 "그냥 이대로 계속 살았으면 좋겠는데, 또 이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니 걱정스럽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근하 마을이장(66) 역시 "800조 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사업이 잘되길 바라지만, 당장 우리 터전이 사라진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이 무작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왜 매번 농촌 지역 주민들만 희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서운함과 삶의 터전을 잃는 데서 오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크다.
특히 적절한 보상이나 이주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부족한 상태에서 수몰 가능성부터 거론되다 보니 불안이 한층 증폭된 모양새다.
정학철 의원은 "주민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고, 정당한 보상과 실질적인 이주 대책을 세심하게 논의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yr200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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