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깍깍' 광주 도심 뒤덮은 백로떼…2000여 세대 '소음·악취' 호소
비 오면 더 심해…주민들 몸살에도 당국 대책 없어
환경단체 "도시 확장 탓…번식기 강제 퇴치 어려워"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깍깍깍깍깍깍깍깍깍깍"
지난 3일 오후 1시쯤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동림동 대마산 일대. 숲을 뒤덮은 수백 마리의 백로들이 쉴 새 없이 울어댔다.
나뭇가지마다 흰 새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고, 날갯짓을 할 때마다 숲 위로 무리가 한꺼번에 날아올랐다.
마을 주민들은 "웬수 같다"며 백로떼를 향해 따가운 눈총을 보냈다.
백로들이 둥지를 튼 숲 바로 아래에는 동림동 삼익아파트 등 2000여 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약 1㎞ 떨어진 영산강에서 먹이활동을 마친 백로들이 이곳으로 돌아와 번식하면서 주민들은 여름철마다 소음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동림동에서 30년째 거주한 이형각 씨(63)는 "예전에는 운암산에 백로들이 많이 있었는데 지난해부터 이쪽으로 넘어온 것 같다"며 "영산강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것 같은데 울음소리도 시끄럽고 여름에는 배설물 냄새가 물고기가 썩는 것처럼 비릿해 창문을 열어두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6년 동안 이 일대에 살다 최근 다른 동네로 이사한 차향숙 씨(60대)도 백로 피해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차 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냄새가 훨씬 심해진다. 물고기 썩는 냄새와 새 사체에서 나는 냄새가 섞인 것처럼 역했다"며 "차량에 새똥이 떨어지는 일도 잦았고,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놓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창문을 열고 생활하는 가구가 늘어나자 주민들의 불편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새벽이면 백로 울음소리에 잠을 설치고, 배설물 악취가 바람을 타고 아파트 단지까지 번진다고 입을 모았다.
백로는 이 일대에 처음 나타난 새는 아니다. 과거에는 동림동 운암산에 집단 서식했던 백로들이 최근 대마산 인근으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은 행정기관에도 이어졌다. 동림동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북구청에 백로떼에 대한 대응 방안을 문의했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북구 관계자는 "백로는 유해야생동물이 아니어서 임의로 쫓아내거나 포획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게 해결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로는 원래 광주천 주변에서도 서식했지만 개발 등으로 서식 환경이 바뀌면서 영산강 주변을 오가며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높은 나무에 둥지를 트는 특성상 고층 세대에서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도시 확장으로 사람과 야생동물의 생활권이 겹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번식기에는 백로를 강제로 쫓아내더라도 인근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서식지를 없애기보다는 번식이 끝난 뒤 가지치기나 일부 간벌 등을 통해 주민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생활환경과 야생조류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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