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에 묶인 이모 보자마자 쫓아갔죠" 강도와 사투 벌인 시민
노래방 운영 김세웅씨, 한밤 광주 수선집 침입 괴한 체포 기여
맨몸 추격하다 허벅지에 자상…경찰, 검거보상금 등 수여 검토
- 이수민 기자,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박지현 기자 = "테이프에 온몸이 묶여 있는 이모를 보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아갔습니다."
3일 오후 광주 북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만난 김세웅 씨(28)는 <뉴스1> 취재진에게 자기 허벅지에 남은 자상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의 몸은 지난밤의 사투가 아직도 생생한 듯 떨리고 있었고 허벅지에 남은 상처와 핏자국은 당시의 상황을 대변하듯 선명하게 남아 있다.
김 씨는 전날 오후 11시 50분쯤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상가 골목에서 강도에게 당하고 있던 이웃을 구하기 위해 한 치 망설임 없이 맨몸으로 맞섰다.
아버지와 함께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그는 사건이 일어난 골목에 대해 "평소에도 비교적 인적이 드물고 밤이 되면 캄캄했다"고 설명했다.
친한 이웃으로 한 골목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던 60대 여성 A 씨. 평소 김 씨가 이모라 부르던 그가 노란 유리테이프에 온몸이 결박된 채 쓰러진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김 씨는 가게 안으로 뛰어들었다.
"마침 제가 그 앞을 지나고 있어서 다행이었죠. 이모가 테이프에 묶여있는 걸 보자 정신이 멍해졌어요."
김 씨와 A 씨는 평소 왕래가 잦던 이웃 사이. 만날 때마다 '왔냐?'고 반겨주고 밥도 챙겨주던 이모가 위험에 처한 사실을 알고 그는 맨몸으로 용의자 B 씨를 추격했다.
검은 옷과 모자를 착용한 B 씨는 당시 업주인 A 씨로부터 현금 20만 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골목 쪽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김 씨는 B 씨를 추격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잡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평소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고 무서웠지만 도망가게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붙잡힌 순간 B 씨는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김 씨의 왼쪽 허벅지를 찔렀다. 김 씨는 "칼이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손으로 붙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꺼내 찔렀고,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이어 김 씨의 휴대전화와 소지품까지 빼앗으려 시도했고, 김 씨는 심한 출혈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누르며 B 씨의 도주방향을 끝까지 눈에 담았다.
당시 B 씨는 택시를 타고 도주했지만 김 씨의 증언과 그 뒤에서 상황을 지켜봤던 다른 택시기사의 추격으로 경찰은 2시간 뒤 광주 북구 문흥동의 한 PC방에서 B 씨를 긴급체포했다.
김 씨는 취재진에게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하다가도 이따금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왼쪽 허벅지는 6~7㎝가량 찢어졌고, 다음날 상처부위에 대한 봉합수술을 앞두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다시 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씨는 "이모 같은 분을 두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며 "이모도 크게 다치지 않으셔서 다행이다. 얼른 퇴원하고 얼굴 뵙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B 씨는 경찰조사에서 생활비 마련 등을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김세웅 씨의 시민적 용기에 대해 용감한시민상 수여와 검거보상금 지급을 검토 중이다.
war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