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 '일본군 위안부 징발 퍼뜨려 실형' 사례 첫 확인
1938년 주민 4명 실형, 일제의 은폐와 탄압 실태 확인
- 김태성 기자
(영암=뉴스1) 김태성 기자 = 전남 영암군은 최근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관련 판결문 2건을 발굴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판결문은 1937년 중일전쟁 이후 1938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지역 주민들이 처벌받은 사실을 담고 있다.
군은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던 원본 판결문과 번역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1938년 영암군 도포면 수산리 영막동 씨는 옆마을 송명심 씨 집에서 "황군의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내기 때문에 올해 농번기 이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며칠 후 송명심 씨는 마을 구장(마을의 대표)이 방문해 부녀자 수를 조사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조사 명단에 자기의 딸(당시 15세)이 포함된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조사를 지시한 이를 찾아가 "영막동에게 황군의 위문을 위해 12세이상 40세 이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낸다고 들었는데 구장의 조사도 이를 위한 것이냐? 모두 위안부로 보내진다는데 사실인가?" 라고 항의했다.
이 항의가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이어져 영막동, 송영심 씨는 체포돼 육군형법위반으로 각각 금고 4개월과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해, 도포면 성산리 한만옥 씨는 나주 방면에서 "처녀들을 중국에 있는 황군 위문을 위해 모집 중이다"라는 말을 듣고 같은 마을 이운선 씨에게 이를 전했다.
이운선 씨는 이 소식을 다른 사람 집에서 "딸을 둔 사람은 빨리 시집보내라. 당국에서 황군 위문 처녀를 모집 중이며 나주 방면에서는 이미 3~4명의 처녀가 중국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이 발언 역시 유언비어 유포로 간주해 육군형법위반으로 이운선 씨는 금고 6월 집행유예 3년, 한만옥 씨는 금고 4월에 집행유예 2년 처벌을 받았다.
두 사건은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은폐하는 과정에서 관련 소문을 퍼뜨린 주민들에게 형사 처벌을 가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군은 이번에 발굴된 4인을 정부에 알려 전국적인 사례를 추가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군은 현재 관련 인물들의 후손을 찾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송명심 씨 유족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며 위로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승희 군수는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장애요소를 없애기 위해 유언비어 죄로 형사처벌까지 했던, 당시 억압과 통제의 시대적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는 기록물로 큰 의미가 있다"며 "역사와 진실을 후세에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ancut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