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0명 중 8명 사용하는 지역상품권인데"…지자체 '속앓이'

4% 지원하던 정부 예산지원 끊겨…정부 추경 반영 주목
전국 대부분 지자체 발행…"얼어붙은 지역경제에 온기"

나주사랑상품권. ⓒ News1

(광주=뉴스1) 박영래 김태성 기자 =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2월에 100만 원어치 나주사랑상품권을 구입했다. 나주시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월 구매한도를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한시적으로 상향했기에 가능했다. 10% 할인혜택이 주어지면서 100만 원어치 상품권을 구입하는 데 실제 들어간 돈은 90만원. A씨는 구매한 상품권을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학원비와 가족 외식비, 생필품 구입 등에 이용했다.

화순군 공무원인 B씨 역시 매월 평균 50만 원어치 화순사랑상품권을 구입해 자녀 학원비와 병원비, 생활비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평균 10% 할인혜택이 주어지면서 매월 5만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얼어붙은 지역경제에 온기를 불어넣는 지역상품권은 현재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204곳(84%)에서 발행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일부 부담하던 할인 관련 예산 지원이 끊기고 온전히 지자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재정이 넉넉지 못한 지자체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3일 일선 지자체에 따르면 지역상품권은 구매할 때 지자체가 지원하는 최대 10%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고 결제할 때 캐시백(최대 5%포인트)까지 돌려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로 이용이 늘고 있다.

6년 만에 누적발행금액 7000억 원을 돌파한 해남사랑상품군은 군민 10명 가운데 8명이 사용할 정도로 이용이 늘면서 군내 어디서나 지역상품권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맹점은 발행 초기 1600곳에서 3900곳까지 늘면서 면 단위 구석구석까지 상품권 이용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각종 재난지원금과 전국 최초로 지급한 농어민 공익수당, 민생경제회복지원금 등 각종 정책수당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내에서 선순환될 수 있도록 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5차 민생경제회복단 AI,반도체, 바이오 등 혁신산업 육성과 위기산업 지원 위한 추경예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2.1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나주시는 민생경제 긴급 수혈을 위해 전년 대비 220억 원 증가한 올해 1000억 원 규모의 나주사랑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미 1분기 발행목표액 350억 원을 채우며 소비 위축으로 얼어붙은 지역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나주사랑카드 모바일 앱 충전 시 총금액의 10% 선할인 혜택과 1인당 월 구매 한도를 기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려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설을 전후로 1월과 2월에 진행한 10% 할인폭을 3월에도 지속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자체들의 이같은 계획에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건 역시 예산난이다.

각 시·군에 지원되던 지역상품권 관련 국비 지원은 꾸준히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정부의 본예산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화순군의 경우 이번 설에 92억 원어치 상품권을 발행했고, 여기에 사용된 예산(발행비, 할인금액 지원)은 약 11억 원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지역상품권 발행에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한때 최대 20%까지 할인혜택을 제공했지만 할인폭이 점차 줄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상품권 발행액이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부터 행안부는 지역상품권 발행액의 4%를 국비로 지원해 왔지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국회가 이를 되살리는 일이 반복됐다.

국회가 되살린 지역상품권 국비지원 예산은 2023년 3525억 원, 2024년 3000억 원이었다.

명현관 해남군수가 해남사랑상품권을 이용해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있다.(해남군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뉴스1

이 때문에 올해도 야당을 중심으로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인 정부 추경에 지역상품권 지원 예산을 반영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장을 맡고 있는 허영 의원은 "지역화폐는 지역 내에 모든 곳에서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더 넓고 곳곳에 소비진작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다. 지역화폐는 이미 검증된 정책이고 여야를 떠나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예산 지원 당위성을 설명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상품권에 대한 정부지원이 끊겨 상품권 할인에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해당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가난한 지자체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지역상품권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그리고 이에 따른 할인폭 확대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나주시민은 "지속되고 있는 불경기에 가정에 작은 힘이라도 될 수 있도록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yr2003@news1.kr